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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서울의 두「설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천천히 달리다가는 벌금을 내게된다」.
장차는 우리들도 80킬로 이상의 고속이 아니면 방해가 된다해서 벌금을 내게 될 것이다. 72년에 한국에서 열리게 될 「아시아·올림픽」에 대비하고 교통체계 현대화의 기초작업계획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늦으면 내년 가을께 서울시 중심가에는 고가도로가 생기고 장충공원에는 새로이 다목적 경기장이 세워지게 됐다.
서울시는 날로 늘어나는 교통난을 완화하는 방안으로 그 동안 지하철과 고가도로를 놓고 장단점을 따져본 결과 지하철이 좋기는 하지만 건설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에서 포기, 고가도로를 택하는 것으로 방침을 세우고 우선 그 기초설계를 해 본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식안은 남대문에서 퇴계로를 거쳐 동대문 뒤로 돌아 낙산을 뚫고 이화동 안국동 중앙청앞 사직 「터널」독립문 서대문 「로터리」를 거쳐 서울역 남대문을 연결하는 순환선과 청계천2가에서 동대문까지 연결하는 가운데 「중」 자를 닮은 지역을 1차 건설사업 연도에 이룩해 보자는 것이다. 이 고가도로는 서대문 육교와 같이 교각을 세우고 위에 올라가서는 폭 24미터 6차선으로 해서 한번에 3대의 차가 나란히 서서 달려오고 달려가도록 하고 중간 중간에 길에서 고가도로로 올라가는 비스듬한 길을 여러 개 만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 고가도로는 시속 80킬로 이상으로 달리도록 설계되어 있어 고가도로가 이뤄지는 날엔 선진국 서열의 말석이나마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계획전체의 연장은 20·5킬로미터인데 일시에 4천대의 차량이 시속 80킬로 이상의 속도로 윙윙거리고 다닐 수 있다니 기대해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공사비는 엄청나다. 모두 63억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왔는데 서울서는 이를 위한 자금을 만들 방도는 현재로선 없다.
따라서 서울시의 자금 조달안은 AID차관을 얻는 일인데 관계기관의 「내약」을 얻었다는 정도. 그러나 교통체계 현대화의 기초작업이란 명분과 「아시아·올림픽」에 대비한다는 배경이 있고 보면 차관은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1킬로당 3억3천만원, 1미터당 약33만원이란 엄청난 돈더미 위를 달리게 될 때는 시민들은 「자랑스러운 부담」을 더 져야 할 것이다.
한편 「아시아·올림픽」에 대비하여 장충공원도 다목적공원으로 개발된다. 「드라이브·코스」를 사방으로 뚫고 현 장충 실내체육관 앞 하천을 복개하고 어린이 놀이터 자리에 6만명을 수용할 2만1천9백32평짜리 경기장을 새로 꾸미는 것. 현 서울운동장의 수용능력이 3만5천명이니 약 배가 되는 꼴. 이 경기장은 다목적 경기장이라고 불러 무슨 경기든지 할 수 있게 꾸미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은 9억7천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 경기장은 오는 10월께부터 착수하여 3년내 완성 예정인데 완성되면 서울운동장과 연결되는 교통망을 넓히고 입체교차로를 두어 「이웃집」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현 장충공원 입구에는 서소문 육교 보다는 약간 작은 육교를 세워 「앰배서더·호텔」로 넘어가는 「코스」는 「논·스톱」으로 한남동으로 빠지는 길과 서울중앙방송국 옆에서 제3한강교로 연결되는 길을 새로 뚫고 이 길 옆에는 상록수 등으로 다듬어 「드라이브·코스」로 하여 서울의 명소로 가꾼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도 문제는 예산. 올해는 우선 7천5백만원으로 운동장 건설의 토공을 시작하지만 9억원의 자금은 정부가 「아시아·올림픽」을 위해 마련하는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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