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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직전의 중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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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엔」 평화유지군의 「이스라엘」·「아랍」공 국경지대 철수로 말미암아 중동 정세는 긴장도를 한층 더해가고 이에 따라 「유엔」 본부내의 움직임도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5일 「이스라엘」이 독립 19주년 기념 행사를 「유엔」군의 직할통치 구역인 「예루살렘」에서 군사시위한데 대해 「나세르」 「아랍」공 대통령이 17일 돌연 군의 철수를 요구 「이스라엘」 국경에 군대를 동원한데서 비롯된 것.
「우·탄트」 총장의 「유엔」군 철수 명령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이스라엘」「아랍」 공화국 사이에서 완충적 역할을 해 온 만큼 『충돌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을 받고 있다.

<인도는 철군 요구>
그러나 「우·탄트」 총장은 「유엔」 군의 주류는 「아랍」 연합 측이 거부하는 이상 주류를 지속시킬 수가 없는 것이라고 그의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이에는 주요 파병국인 인도와 「유고」가 전쟁에 휘말려들 것을 염려, 「유엔」군의 철수를 「우·탄트」 총장에게 강력 요구했다는 설도 있다.
그런가하면 「유엔」 본부 안에서는 「아랍」 연합측이 제아무리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해도 실력행사까지는 못 나올 것이라고 내다보는 견해가 있는 듯.
①현재 「예멘」에 5만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나세르」로서는 「이스라엘」과 당장에 싸울 힘이 없다.
②표면상으로 찬동하고 있는 듯한 「아랍」 연방 내에서도 행동의 통일을 못 보고 있다.
③미·소 양대국 및 「유엔」의 배후 압력 등-. 그렇다면 「나세르」대통령의 속셈은 무엇일까. 현재로서는 「아랍」 연방내 혁신세력의 결속을 노린 정치적 행동으로 내년에 있을 「예멘」의 독립을 계기로 퇴색하기만 하는 「라세르」의 기치를 다시금 추켜세우려는데 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한다.

<나세르 이념 따라>
1952년 육군 중령의 신분으로 자유 장교단을 이끌고 「쿠데타」 에 성공한 「나세르」 대통령은 「아랍」 민족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바그다드」 조약에 반대했다. 그때까지「이집트」라 불리던 「나세르」의 조국은 57년 8월 이른바 「시리아의 위기」 때 「시리아」와 합방을 선언(58·2·1)했으며 동월 22일 「아랍」연합 공화국이라고 국호를 개칭했던 것.
제1차 대전까지는 토이기 제국의 쇠사슬에, 2차 대전까지는 영·불의 신탁통치 하에서 「이집트」와 더불어 같은 운명 하에 있던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요르단」등 제국이 「라세르」의 정치이념을 따른 것은 물론이다. 그 정치이념으로 형성된 것이 「아랍」연방(United Arab States)체제.

<미·영·불의 이해>
그러나 현실 정치 하에서는 정치·경제 및 사회면에서 그들 사이에 이해도가 달랐고 「이스라엘」을 징검다리로 한 미·영·불 및 서독의 작용으로 「아랍」연방체제는 이합집산을 거듭해 왔던 것.
「수에즈」운하 위기(1956·7)는 「아랍」공과 「시리아」의 합방을, 「이스라엘」의 「요르단」강 전류공사(1965·1)는「아랍」공을 비롯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제국의 결속을 일시 가져왔으나 「나세르」의 콧김이 잘 먹히지 않는 것이 오늘의 실정
「이스라엘」을 거점으로 한 서방 강대국의 전략이 「나세르」의 체면을 꾸겨주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스라엘」 민족은 「로마」제국 「하드리아므스」왕(서기133∼135)로부터 탄압을 받기 시작 ,15l7년 「오토만」 「터키」 제국이 중근동을 지배하면서부터 완전히 조국없는 유랑민신세가 됐던 것.

<아랍공 눈의 가시>
2차 대전 때 독일 「나찌」당에 의해 인류사상 전례 없는 학대와 학살을 당한 그들은 19세기 중엽 구주의 「시오니스트」 운동의 물결을 타고 조국을 찾았다.
1948년 5월 l5일 유태인들은 영·불·미를 산파(바르화 선언)로 해서 「아랍」 세계에 불쑥 뛰어들어 오늘의 「이스라엘」을 창건했다.
종교(유태구)가 다르고 언어(헤브류어)가 다른 이방인, 「이스라엘」은 이때부터 「나세르」의 「아랍」공을 맹주로 한 「아랍」연방제국으로부터 눈의 가시처럼 미움을 샀으며 양자간에는 유혈충돌마저 그칠 새 없었다.

<유동적인 현 사태>
유태인 대량살해의 댓가로 서독에서 19억「달러」의 보상금을 받고있는 「이스라엘」은 「아랍」권리의 약화를 기도하는 서방 강대국에 힘입어 경제적 번영을 누리면서 전위적 역할을 다하고있다.
서방 측 전략은 「나세르」 대통령으로 하여금 소·중공 및 동구 공산국가에의 접근 정책을 취하도록 만들었고 미·소 양대 진영으로 하여금 경제적·군사적 지원을 통하여 상호경제정책을 추구케 하는 양상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질적인 제 요소에서 오는 철저한 적개심, 강대국들의 외적 작용이 가시지 않는 한 중동지역에서의 분쟁은 영원히 잦을 날이 없을 것이다. <이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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