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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사 8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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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밤 『정당의 대표자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법상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고 해석을 내림으로써 대통령이 유세를 할 합법적인 길을 터놓았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13일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공식 견해를 밝힌지 8일만인 21일 비밀 투표에서 5대 4로 이를 뒤엎기까지는 적지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사광욱 위원장은 20일 상오만 해도 『13일자 해석을 고수할 것이며 따라서 대통령의 유세 문제는 선관위에서 재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었지만 공화당 추천위원인 김치열 위원 등 몇몇 위원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20일 밤 이례적인 야간 회의를 소집하게 된 것.
○…21일 밤 38차 중앙선관위 전체 회의는 결국 ①대통령은 공선공무원인 점 ②당적을 가진 대통령은 광범위한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는 점 ③정당법과 국회의원 선거법상 선거운동의 주체인 정당의 대표자가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기본이념으로 한 헌법 정신에 합치된다는 점 ④헌법 제1백8조의 기회균등 원칙에 입각, 야당 대표자와 동등한 기회부여의 당위성을 근거로 내세워 『당 대표자로서의 대통령의 선거운동은 가하다.』고 해석했지만 지난 13일 이후의 선관위원들의 움직임으로 보아 법이론 이전에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인상이 짙다.
중앙선관위 ①지난 13일자 해석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승복시킨데 대한 송구심 ②권오병 법무장관의 경고, 공화당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논의, 박 대통령의 유세 가능 사견 등 집권층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위구심 ③63년 총선때의 전례(그때는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최고회의 의장이 유세를 했음)와 13일자 해석 사이의 자가당착에 대한 해결책 ④여당 추천 위원의 집요한 호소 등이 작용, 명분이 서는 길을 찾으려고 고심한 것 같다.
이러한 과정에서 선관위 실무자가 헌법 제1백8조의 형평원칙을 「아이디어」로 제공, 결국 여기에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선관위의 대체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사 위원장 등 몇몇 위원들은 『13일자의 포괄적 해석에도 불구하구 재론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나 합의체의 운영방식에 따른 표결에서 지고 만 것이다. <조남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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