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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총선 지원유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대통령선거법과 국회의원선거법 시행령 고정을 둘러싼 정부와 중앙선관위의 견해차에서 빚어진 심각한 대립은 16일에 발표된 박 대통령의 유세 일단 중지결정으로 표면상 해열되었다. 박 대통령은 17일로 예정했던 안양 유세를 포기하면서 공화당 국회의원 입후보들을 위한 장·차관 등 별정직 공무원의 선거운동도 아울러 중지하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결정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13일 『대통령 국무총리 및 장·차관 등 별정직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해석한데 대해 비록 그와 같은 법률해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권위를 존중하는 뜻에서 그 법률해석을 따르겠다.』는 심정에서 취해졌다고 발표되었다.
우리는 정부가 단호한 태도로 임한 시행령 개정을 물리치고 현직 대통령의 유세신고를 거부한 중앙선관위의 의연한 자세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의 법률해석의 잘못을 이론상 반박하면서도 행동에서 후퇴한 박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이 앞으로 3주 남짓한 선거기간 중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정부와 중앙선관위가 정면대결된 것이 결국 관계법령의 일관성의 결여에서 오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 국회가 구성되면 정당법과 선거관계 법률을 모두 정비하여 「말썽의 불씨」를 제거하겠지만, 면전에 다가온 대통령의 공화당총재 자격의 지원 유세의 가부는, 대통령은 국무총리나 장·차관과는 달리 선거직 공무원으로서 또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입후보자를 낸 11개 정당 중 한 정당의 장의 자격으로서 국무총리나 장·차관의 경우와는 동일시할 수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더욱이 63년 총선의 경우를 회고해 볼 때, 공무원의 선거간여 문제가 그때도 시끄러웠다. 다행히 검찰이 모든 간섭을 마다하고 중립적 입장에서 일부 지방의 군수·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여 국민들에게 공무원의 선거 간여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것을 중지시켰었다. 그러나 그때도 하급직 공무원들의 행위는 말썽이 되었지만, 대통령의 국회의원 선거지원 유세에 대한 시비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보도에 의하면 민주공화당이 『박 대통령의 총재 자격으로서의 지원유세에 대한 유권적 해석을 중앙선관위에 요구하겠다.』고 결정했다고 하니, 중앙선관위도 선거법이 길을 터놓은 선거직 공무원의 선거운동 허용규정과 63년 총선때의 전례, 그리고 당총재 자격으로서 형평 원칙을 감안하여 냉정하고 온당한 새로운 해석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무릇 중앙선관위는 헌법상 독립된 선거관리기관으로서 이번 정부의 시행령 개정 시비때만해도 우리는 중앙선관위가 그의 권위와 독립정신을 충분히 발휘했다고 보고 있다. 각 지방 선관위와 각 정당에서 살도한 법률해석 사태에도 신속히 냉철하게 이를 처리했고, 정부의 보이지 않는 압력에도 굴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중앙선관위가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는 무수히 노출된 공공연한 대중동원·향응·교통편의 제공 등 양성화한 부정행위와 선거법이 금하고 있는 「퍼레이드」 시위행위 등 질서파괴 행위에 대해 왕성한 고발정신을 발휘해 주지 않았다는 점 등이 유감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번 국회의원선거에 있어서는 어떠한 압력과 어떠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관위가 이번 대정부 태도에서 보여준 투철한 준법정신에 따라 과감하고 능동적인 태도를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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