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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후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세상엔 별난 이름들이 다 있다. 최근 어느 「국어운동」회에서 주최한 「고운 이름 뽑기」에는 색다른 한글 이름들이 응모해서 화제가 된 일도 있다. 그 중에는 「오늘앎 미쁜 삶」이니, 「슬기 앎 참 삶」, 「으례 앎 착한 삶」등 복합추상 명사도 등장했다. 호적에 오른 이름이니 물론 별명은 아니다. 「로버트·리프리」의 보고에 의하면 세상에서 제일 긴 이름은 「안나·버다·세실리아·다이아나…」. 「스펠링」만도 숨이 가쁘게 87글자. 영국「리퍼블」시에 사는 그 주인공도 제대로 기명을 할지 궁금하다.
요즘 신문에는 매일같이 수많은 이름들이 발표되고 있다. 15일로 마감하는 국회의원 전국구 후보와 지역구 후보들의 이름. 누가 유망주인가보다 『누가 후보인가』는 자못 흥미롭다. 감히 주권의 대변자를 한낱 「흥미」거리로 관찰하는데는 까닭이 있다. 마치 「경품 뽑기」에 당선한 사람들의 이름모양, 전연 생소하고 낯선 사람들이 줄줄이 너도나도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는 파렴치한 누구도 눈에 띈다. 칠전팔기의 「용사」, 독버섯처럼 음산한 인상을 주는 사람들도 있다. 『역사엔 참말 공식이 없구나!』를 교훈 하려는 그런 인물도 보인다. 후보라고 특정한 누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법이 요구하는 요건에만 맞으면 누구도 후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경품 뽑기」처럼 『장난감이』 등장하는 그 정치「모럴」에는 문제가 있다. 『-되면 위대한 국민의 대표요, -안되면 패가망신하는』 그런 반「모럴」도 문제다. 등록후보의 경쟁률이 날로 높아 가는 것은 정치의 투기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켜주는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더우기 딱한 것은 선거때만 되면 후닥닥 간판을 붙이는 후조 정당들의 「후보」후보들. 때맞추어 낙천 후보들이 전환하는 모습들. 어떤 교수는 그런 후보들을 「포말(포말)형」·「제비형」·「브로커형」으로 분류한 논문을 최근에 발표한 일도 있다.
정치풍토의 「모럴」은 바로 국민의 투표 한장으로 바르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유권자는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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