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휩쓴 '훌리건 게임' 아시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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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의 일부. 훌리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다.
게임 화면의 일부. 훌리건들이 상점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지른다.
"당신이 돈을 원한다면 이제 마음껏 상점을 부수고 돈을 훔쳐갈 수 있다"는 광란의 목소리가 울린다.

또 당신의 '조직'을 적절히 지휘할 수 있다.

패거리 중 한명이 공중전화 부스를 쇠파이프로 부수며 "내 맘이야"라고 말한다.

패거리는 곧 암스테르담의 거리에 폭동을 일으킨다. 경찰을 공격하고, 행인을 폭행하고, 상점을 약탈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 폐허로 만든다.

이런 대혼란은 악명 높은 축구 훌리건이 등장하는 컴퓨터 게임의 한 장면이다. 현재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이 게임은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을 점령한 훌리건'이라는 제목의 이 게임은 '유로2000' 축구대회 때 발생했던 일부 추한 사건 사례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이 게임의 광고 문구는 "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은 훌리건 그룹이 되자!"이다.

"유럽을 엉망으로 만들자. 알콜과 마약, 그리고 매춘을 이용해 당신의 패거리를 통제하고 문제가 있을 때는 죽지 않을 만큼 패줘라!"

이 게임은 지난달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에서 출시돼 1월에만 16,000개 정도 팔렸다.

많은 대형 소매업체들은 폭력성 때문에 이 게임을 취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게임을 만든 닥사브레(Darxabre)사는 이 게임이 폭력을 선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닥사브레의 제이슨 거버는 "우리는 이 게임이 훌리건이 될 것을 부추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훌리거니즘의 배후에 대항해 전략을 세우는 게임이다"고 주장한다.

"당신이 알듯이 여기에는 많은 야유와 풍자가 들어있다"

게다가 이 게임은 건강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이 게임의 포장 박스에는 "게임 내용을 모방하지 마시오.만약 게임을 한 뒤에 폭력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면,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오"라고 적혀있다.

'소름끼친다'

훌리건들의 실제 난동. 지난 '유로2000' 축구대회 기간중 독일 팬들이 벨기에 경찰에 맞서고 있다.
훌리건들의 실제 난동. 지난 '유로2000' 축구대회 기간중 독일 팬들이 벨기에 경찰에 맞서고 있다.
이 게임은 머지않아 아시아를 강타할 것이다. 5월31일 일본과 한국이 공동개최하는 월드컵 의 개막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는 아직까지 훌리건의 난동이 흔치 않은 지역이다.

닥사브레는 일본 배급업자와 계약을 진행 중이고 한국의 회사와도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게임이 담고 있는 야유 때문에 시장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영국경찰은 유죄를 선고 받은 많은 훌리건이 월드컵기간에 한국과 일본을 마음껏 여행할 수 있게 된 사실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일본에서는 악명 높은 응원단(그 중 소수일 뿐이지만)으로 유명한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다.

벌써 일본사람들은 훌리건의 습격에 긴장하고 있다. 정부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일본 남성은 훌리건에 대해 아는 바를 말해달라는 질문에 "폭력과 다툼을 일삼고, 자제력을 잃고 파괴를 일삼는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또다른 응답자는 "무섭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한 여성은 '유럽을 점령한 훌리건'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너무 소름끼친다"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닥사브레사는 동북아 시장의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 6월에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이 게임을 출시하기에 참 좋은 시기"라고 거버는 밝혔다.

유럽에서 모든 장애를 물리친 이 게임은 아시아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성공을 거둘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

CNN Hong Kong / 이의헌(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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