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 컬렉터 1세대 김명한씨

중앙일보

입력

빈티지 가구 컬렉터 김명한씨가 30년 동안 자신이 수집했던 가구들 사이에 서 있다.

인생에 ‘한 방’이란 드물다. 모든 결과는 노력의 산물이기 마련이다. 수집 역시 마찬가지다. 안목을 기르기 위한 학습과 발로 뛰는 꾸준한 열정이 필요하다. 오래된 디자인 가구를 모으는 컬렉터 1세대인 김명한(61)씨에게 빈티지가구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빈티지 가구 컬렉터 중 우리나라 1세대로 꼽히는 aA디자인뮤지엄 대표 김명한씨의 첫 수집품은 ‘토넷 넘버 14’였다.

1986년의 어느 날, 서울 을지로 중고 가구 시장을 기웃거리던 젊은이가 있었다. 아름다운 공간을 채우는 가구에 관심이 많았던 이 청년은 우연히 한 의자를 발견한다. 전설의 디자이너 마이클 토넷이 만든 ‘토넷 넘버 14’라는 의자다. 그는 의자가 오리지널인지 몰랐던 판매상에게서 거의 줍다시피 손에 넣는 데 성공한다. 이후 그는 30년을 빈티지 가구에 빠져 살았다.

처음 김씨가 빈티지 가구 수집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금전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열정은 있었지만 돈이 없었다. 무작정 을지로 가구거리를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가구들은 닥치는 대로 모았다.

본격적으로 수집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1990년대부터다. 카페 사업을 시작하며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은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다. 빈티지 가구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때라 손만 뻗으면 어렵지 않게 원하는 가구를 가질 수 있었다. 이탈리아·프랑스·영국을 돌아다니며 빈티지 가구에 대한 안목도 높였다. 여행을 다녀와서 모은 가구들로 카페를 꾸몄고,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가구수집에 나섰다. 그렇게 모은 빈티지 가구가 지금은 1만여 점에 이른다.

그는 다양한 종류의 빈티지 가구 중 특히 의자를 좋아한다. “의자는 작은 건축이며 사람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을 잘 표현해주는 가구이기도 하다.” 그의 컬렉션 중 의자가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각 시대상이 반영되기에는 의자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란다.
 

자신의 스타일 찾고 가구 수집 시작해야

‘토 넷 넘버 14’ 의자.

그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 aA디자인뮤지엄에는 온통 빈티지 가구들로 가득하다. 예를 들어 한 손님이 무심하게 앉아있는 의자는 건축가 에어로 살리넨이 1960년대에 디자인한 튤립 의자이고, 천장에는 디자이너 톰 딕슨이 만든 조명이 걸려있는 식이다. 손님들이 앉은 테이블당 가구 가격이 800만원에서 1000만원대를 넘나드는 것이다. 김씨는 “옷으로 치자면 에르메스나 샤넬 정도의 클래스”라며 웃었다.

종종 그의 빈티지 가구 수집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까지 일반인이 빈티지 가구 수집에 선뜻 나서기엔 벽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김씨는 “빈티지에 대한 지식과 직접적인 경험을 충분히 쌓고 시작해야 좋다”고 권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빈티지 가구를 전부 수집할 수는 없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스타일부터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빈티지 가구에 대한 서적이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를 활용하면 괜찮다. 대형서점에 가면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시대별로 가구 특징이 정리된 전문서적들이 있다. 옥션과 같은 사이트에서 고가에 경매가 이뤄진 빈티지 가구의 낙찰가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훈련 방법이다. 안목을 높이려면 카페나 레스토랑,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둘러봐도 좋고 빈티지 가구 전시회를 찾아가도 좋다.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는 “취향 파악을 확실히 해놓지 않는다면 중구난방식 수집으로 인해 돈과 시간 손실이 생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 사진="김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