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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차분할수록 더…그게 북이 안고 있는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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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북정책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류 장관은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해 “지금은 그런 국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청와대는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켜 가동이 잠정 중단되자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안보실 김장수 실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해 외교안보라인 비서관들이 모두 참석했다. 윤창중 대변인은 “리얼타임으로 즉각 회의가 열렸다”며 “청와대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외교안보수석실과 함께 통일부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이어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발표 등에 대해 예측하고 있었나” “북한에서 다른 메시지가 있었나”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 대해서도 “별도의 긴급회의라기보다 24시간 비상체제로 가동되는 대응의 일환”이라고만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즉각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주말이던 지난 6~7일에도 공식 일정 없이 주로 관저에 머물면서 수시로 안보실로부터 북한의 동향과 관련한 보고를 받고 필요 사항을 지시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조치에 대해 “북한은 우리가 차분하게 대응하려고 할수록 더 세게 나와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우리 사회 내에서 불안 여론이 일어날 때까지 가야 하는 게 북한의 딜레마”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연히 미국·중국과도 외교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조치들을 모두 미국의 조치에 대한 대응이라고 묘사하고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물러설 수 없는 북한도 도발 수위를 높이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말했다.

 통일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의 잠정 중단 및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를 발표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이러한 조치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그에 따르면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당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류길재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지금 상황은 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해결할 국면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하루빨리 이 사업을 정상화하는 게 문제를 푸는 가장 중요한 매듭”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북한의 조치에 대해 온도차를 보였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북한의 근로자 철수 담화는 남북이 신뢰를 쌓기 위해 지난 10년간 공들여 온 정성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개성공단이 정말로 가동 중단되거나 폐쇄될 경우에 파생되는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이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정성호 대변인은 “민주당은 북한 당국에 개성공단 조업 정상화를 위해 대화에 나설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개성공단 잠정 중단이 남북관계의 돌이킬 수 없는 후퇴를 가져온다는 심각성을 각인하고 즉시 남북 당국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글=강태화·하선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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