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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료원 전 원장 인터뷰] “노조 철밥통 구조조정 필요하지만 폐업은 곤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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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일 오후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 8201호 5인실 병동에 남아 있는 한 명의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2월 말 203명이던 이 병원 입원환자는 경남도의 폐업 방침 발표에 따라 8일 현재 39명으로 줄었다. 이달 3일부터 휴업에 들어간 진주의료원은 남아 있는 입원환자 치료 이외의 모든 업무를 중단한 상태다. [송봉근 기자]

“뭘 새롭게 해보려고 해도 노조 때문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폐업에는 좀 더 신중해야 한다.”

 경남 진주의료원에서 한때 원장을 지낸 인사의 말이다. 그는 “곤란한 일을 당할 수 있다”며 익명을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 공공의료원이란 속성상 흑자 경영은 원래 어려운 일 아닌가.

 “그렇다 해도 진주의료원만의 문제가 있다. 시내에 있던 의료원을 외곽으로 옮겨 넓은 부지에 신축하는 바람에 감가상각비도 한 해 30억원이 나간다. 병원 지출 가운데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다. 이를 해결하려면 민간기업처럼 구조조정을 하는 수밖에 없다.”

 - 답을 알면서도 왜 실행이 안 되나.

 “규정이나 관행을 뭐 하나 바꾸려 해도 일일이 노조와 합의를 해야 하니 될 리가 없다. 오래전 체결된 단체협약을 보니 사용자의 항복문서나 다름없었다. 왜 그렇게 단체협상을 했는지 모르겠다. 취임 직후 보니 인사고과 규정은 그냥 규정일 뿐이고 실제는 모든 걸 연공서열에 따라 하더라. 그런 직장이 어디 있나 싶어 처음으로 고과를 매기고 인사를 했더니 야단이 났다. 열흘 정도 농성에 들어가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원장이 인사를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 판에 어떻게 구조조정을 하나.”

 - 홍준표 지사의 말대로 노조 배만 불리고 있나.

 “월급을 제대로 못 주니까 그렇게 말하는 건 극단적이다. 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조직이란 점은 확실하다. 능력 없는 사람도 연공서열대로 승진하고 철밥통이라 자를 수도 없고….”

 - 그렇다면 홍준표 지사의 폐업 방침에 찬성하나.

 “폐업하기엔 아깝다. 진주의료원은 부지가 넓고 건물도 잘 지어 놓았고 장비도 좋은 편이라 자산가치가 꽤 있다. 민간 병원과 비교해 봐도 재무구조는 괜찮은 편이다. 부채보다 자산이 많기 때문에 아예 문 닫고 다른 걸 하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 경영상 이유로 문을 닫는 건 극단적이다. 전국 34개 의료원이 다 비슷하다. 경영은 어려워도 공공의료원이란 점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다. 진주의료원도 손해날 줄 알면서 노인요양병동 등을 정부 예산으로 지었다. 하지만 공공성 때문에 모든 게 용서되는 건 아니다.”

 - 바람직한 해결책은 뭘까.

 “휴업한 뒤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재편하면 흑자가 가능하다. 성실히 일하는 직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새로운 의료원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과거 마산의료원도 비슷했는데 경상대병원에 위탁경영을 해 새롭게 거듭났다.”

글=황선윤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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