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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해외국채 ‘깜깜이 투자’ 이대로 둘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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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

해외 국채가 인기를 끌지만 투자자 보호는 허술하다. 남아공 통화 표시채권을 판다는 증권사에 가 보니 설명자료도 없다. 담당 직원이 컴퓨터화면에서 환율 그래프를 보여주며 2∼3년 전보다 랜드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으니 투자 적기라고 말한다. 다른 증권사에 가서 멕시코 국채를 문의하니 한 장짜리 내부 자료를 복사해 보여준다. 내용은 환율 그래프와 국가 신용등급, 경제성장률이 적힌 게 전부다. 최소 가입단위가 몇 천만원인 해외 국채를 파는 데 설명은 소홀하기 짝이 없다.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금융위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채권에 대해 증권사들의 모집·매출을 금지하고 있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정부가 한국 정부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리 만무하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해당 국가와 투자자 사이에서 단순 중개만 할 뿐이다. 적극적인 마케팅도 못한다.

 고객 보호를 위해 만들었다는 규정 때문에 단순 중개자로 물러난 증권사들은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겨 간다. 해당 국가에 대한 리서치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해외 국채 투자는 증권사들이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는 고금리나 절세혜택보다는 오히려 환투자 요소가 강하다. 화폐가치의 변동에 따라 몇 년 뒤 큰돈을 벌 수도, 잃을 수도 있다.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정보가 필수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고위험 상품을 중개 명목으로 사실상 팔고 있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일반 국내채권은 매도에 앞서 보유채권이 현재 얼마에 팔리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해외국채는 환율과 시차 때문에 정확한 값을 알기 어렵다. 일단 환매 요청을 증권사에 하면 돈이 나와 봐야 정확한 투자수익률을 알게 된다. 고객끼리 매매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다. 일단 환매된 국채는 브라질 시장에서 팔고, 다른 고객을 위해 다시 국채를 사와야 한다. 이때마다 토빈세(투자금의 6%)를 물어야 한다. 개인의 해외 채권 투자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는 없는지 살펴볼 때다.

윤창희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