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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트」선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영국에선 후보자를 속칭 「미스터·모스트」(Most)라고 한다. 그 이유를 상기시키면 영국인은 좀 민망스러워할 것이다. 「최혜자」선생이라고나 번역할지. 『가장 많이 주는 자』라는 뜻이 그 속에 숨어 있다. 『음식점들은 모두 개방되어 있습니다. 시나 군에서 오는 남자들은 누구든지 주식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전 도시가 취중에 있습니다. 』「미스터·모스트」라는 속어가 탄생할 무렵인 1세기 전쯤의 영국 선거풍경이다.
「벅스튼」경의 서한은 영국의 선거 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오늘의 영국인은 민망해 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당의 「애틀리」나 보수당의 「처칠」이 법정선거비용인 9백4「파운드」보다 적은 비용으로 당선된 이야기는 그들의 명예로운 자랑거리다. 「애틀리」는 불과 7백17「파운드」, 「처칠」은 그보다 적은 7백10「파운드」로 당당 재상이 되었다.
현 「윌슨」수상도 불과 8백32「파운드」밖에 쓰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미스터·모스트」는 불명예를 씻고, 오늘의 의미로는 『가장 훌륭한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이번의 5·3선거는 어느 때 없이 공약이 풍성한 것을 특징으로 삼을 수 있다. 유권자는 그 공약의 산더미 속에서 「미스터·모스트」를 뽑는 다행한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방유세를 돌아본 두 여류작가가 본지에 기고한 「르포르타지」는 한결같이 유권자의 밝은 표정을 얘기하고 있지는 않다.
때마침 어느 후보의 후보사퇴성명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번 선거의 또 하나 특징은 「미스터·리스트」(Least)들을 지적할 수 있다. 청중은커녕 공약마저 도무지 없는 「벙어리」후보들.
선거는 마치 『출마에 의의가 있지, 승리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듯이 꿈쩍도 않는 그분들 말이다.
차라리 벽보 대 2백6만원을 달리 사용했던들, 그들의 생애 적인 보람은 더 빛났을 것이다. 쑥스러운 명분으로 사퇴를 하느니 보다, 명분 없는 출마를 그만 두는 편이 더 나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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