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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자녀의 가출 진단과 예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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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봄철로 접어들면 해마다 집을 나가는 청소년의 수가 늘기 마련이고 4∼5월엔 절정을 이룬다. 서울시경에 신고된 가출자의 수는 하루 평균 12∼13명. 그 중 7할 이상이 사춘기에 접어든 10대 청소년들이다.
잠재적이나 심리적인 가출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현실화하여 자녀가 집을 나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개 무작정 집을 나간 청소년들은 범죄에 유혹 당하기 쉽다. 절도, 폭력, 윤락 등 소년범죄자의 대부분이 가출 자들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서울 시경에서 집계한 66년도 가출소년들의 원인은 ①가정 빈곤이 으뜸을 차지하고 ②가정 방임 ③가정 불화 ④교우 관계 ⑤구직 ⑥자주의식 ⑦벌책 ⑧가정 엄격 ⑨도시동경 ⑩진학관계의 순위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가출의 주원인이 도시에 대한 동경과 어떤 목적이 있는데 비해 우리 사회에선 빈곤과 가정불화·방임이 주가 되고 있다. 그저 견딜 수 없는 현실에서 탈출 도피하려는 것은 부모와 사회적인 책임이 큼을 알 수 있다.
정신신경과 의사 유석진 씨는 가출하는 청소년은 개인의 성격이 원인이 되는 수가 많다고 한다. 그것은 같은 가정 환경이나 사회 환경에서도 가출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수성이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성격이 원인이 되고 심하면 정신건강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들고 있다.
그리고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누구나 한 때 느끼는 자연현상이기도 한 봄철의 가출은 부모들이 병적으로 다루는 데서 악화되고 있다고 밝히는 유석진 씨는 『무엇보다도 부드럽게 처리하고 자녀들의 성격이나 행동에서 미리 발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대개 자유와 독립심에 대해 동경심이 강하고 모험과 꿈, 자의식의 강해짐과 자기 혐오, 열등감 등으로 고민하는 경향이 많지만 가출의 징후로서 갑자기 나타나는 성격변화가 있기 마련이다. 갑자기 공부가 싫어지거나 불량아와 가까워지는 경우, 이성교제를 시작하고 많은 돈을 요구한다. 작은 일에도 반항하고 형제들과 가족끼리 서로 얘기를 잘하다가 갑자기 말수가 적어져 가는 경우.
이런때에 필요한 것이 부모의 이해와 거리낌없는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사춘기의 자녀의 고민이나 성격의 변화를 의식할 수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집을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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