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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골프 친 오바마 … ‘북, 핵 포기해야 대화’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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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락 오바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근교의 앤드루 공군기지를 찾아 골프를 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골프 동반자는 일정을 담당하는 마빈 니컬슨과 조 폴센, 마이클 브러시 등 백악관 참모들이었다. 이날은 북한이 평양에 체류 중인 외국 공관들에 직원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으니 철수하라는 위협을 한 다음 날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백악관 참모들과 주말 골프를 쳤다. 유엔안보리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관련해 제재결의안을 발표한 뒤 북한은 3월 5일 정전협정 백지화를 시작으로 한 달 이상 도발 위협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사석에서 북한과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백악관의 반응은 제이 카니 대변인을 통해서만 발표되고 있다. 카니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했다. 카니는 “북한에 체류 중인 비정부기구(NGO) 인사 등 미국인을 철수시킬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곤 “북한의 도발 위협은 과거에서 겪은 유사한 ‘패턴’이 있다”며 “현재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한국·일본 등 동맹국, 그리고 중국 등과 외교적 협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 달간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한 건 3월 13일 조지 스테파노풀러스가 진행하는 ABC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에 출연해서가 유일하다. 당시 스테파노풀러스가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오바마는 “그러지 못할 것”이라며 “다만 미국은 조금의 실수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다고 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니다. 카니 대변인은 지난 2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으며 정기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정보를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전략적으로 말을 아끼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최근 한 달 내내 똑같다.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수 없으며, 북한의 위협은 과거에도 있었던 반복된 유형이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해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의 브리핑에서는 매일같이 이런 메시지가 일관되게 발표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의 골자는 전략적 인내라는 한마디에 농축돼 있다”며 “선 핵포기, 후 대화 방침은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도 불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긴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황을 냉각시켜야 한다는 흐름도 조성되기 시작했다. 미 국방부는 이번 주 실시하기로 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 3’의 발사 실험을 5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실험은 북한 상황과 무관하게 오래전에 계획됐으나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미국이 위기를 키운다는 비판을 우려해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발사 연기를 결정했다고 익명의 펜타곤 관계자는 전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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