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최철한, 판팅위 꺾고 4강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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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 보

(본선 8강전)
○·판팅위 3단 ●·최철한 9단

제15보(156∼175)=판팅위 3단이 이 판을 둘 때만 해도 아직 존재감은 미약했습니다. 중국리그에선 한국의 일류들도 판팅위에게 당한 일이 많았지요. 하지만 세계대회에서는 응씨배 16강전에서 이세돌 9단을 꺾은 게 처음이었고 그게 작년 5월이었습니다. 이세돌은 응씨배 결승을 앞두고 “(판팅위가) 좀 약하다. 박정환에게 안 될 것 같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요. 판팅위가 3대1로 승리하며 우승했지 않습니까.

 정상급의 세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습니다. 뿌연 안갯속이고 누가 더 센지, 누가 이길지 정말 예측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이 판만 해도 지금은 최철한 9단이 완벽하게 승세를 잡았지만 과정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난해한 접전 끝에 간신히 우세를 잡은 거지요. 계가로 갔으면 미세했을 겁니다. 그러나 판팅위는 조금 지느니 일찍 승부를 보자며 덤볐습니다. 무서운 승부기질이지요.

 아무튼 전보의 흑▲가 눈에 보이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백은 단점이 두 개라 방비할 수 없게 됐지요. 156 쪽을 지키자 157 끊어 수상전은 패가 됐는데 흑에겐 참으로 꽃놀이패지요. 더구나 159 쪽에 팻감이 널려 있어요. 손해 패지만 지금은 패만 이기면 끝이니까 자잘한 손해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결국 팻감이 바닥난 백은 174에 두었고 흑은 175(158자리)로 이어 패를 해소했습니다. 이 수를 보고 판팅위가 항복했습니다. 수순은 짧은데 참 긴 바둑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승부는 최철한이 이겼으나 판팅위도 고래 심줄처럼 질기구나 싶은 바둑입니다. 판팅위가 응씨배를 우승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161,164,167,170,173=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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