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는 지금] 혹시 맡겨둔 커피 한 잔 있나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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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스펜티드 커피` 페이스북 캡쳐

“혹시 맡겨둔 커피 한 잔 있나요?”

이게 웬 진상스러운 멘트인가 싶었다. 사연을 듣기 전까진 말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는 기부 운동 ‘서스펜디드 커피(suspended coffee)’에 대한 이야기다.

일명 ‘맡겨둔 커피’로 불리는 이 운동은 이탈리아 나폴리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돈이 없어 커피를 사먹지 못하는 불우한 이웃을 위해 미리 돈을 내고 커피를 맡겨두는 방식이다. 그럼 지나가던 노숙자 등이 카페에 들어와 “혹시 맡겨둔 커피 있나요?“라고 물어본 후 이를 마시게 된다. 예를 들어 커피 다섯 잔을 산 후, 내가 마실 커피 두 잔만 가져가면서 “나머진 맡겨둘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나, 햄버거 등의 식사도 맡길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이 운동은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서스펜디드 커피는 카페의 이익적인 면에서도 좋지만 기부를 원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좋은 방법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도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네티즌 사이에선 연일 화제다. ‘서스펜디드 커피’ 페이스북은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로 그득하다. ‘좋아요’는 4만을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 간단한 방법으로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다. 조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운동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서스펜디드 커피’ 이야기를 듣고 생각난 것이 하나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부 활동을 하는 매장을 본 적이 있다.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돈가스 집이다. 매장 앞에 걸린 ‘돈가스를 드시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으신 분은 들어오십시오. 대접하겠습니다.’라는 현수막 문구에 눈길이 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곳에서 돈가스 대접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 활동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자리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많다. ‘서스펜디드 커피’와 관련된 게시물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너무 좋은 문화인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까요? 마음이야 이미 열 잔을 맡기고도 남았지만, 누군가 악용할 가능성이 많아 선뜻 내키진 않네요.” 그리고 댓글 아래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을 표시했다. “멀쩡한 사람이 들어와서 마시면 어떡해요?”, “카페에서 그냥 꿀꺽하면 어떡하죠?” 등이다. 이 게시물의 마지막 댓글은 “좋은 일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사회 현상이 씁쓸하네요”였다.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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