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교가 총기사건 일으키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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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국군의료지원 부대에서 우리 지휘관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다 장교 1명이 권총에 맞아 사망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미국의 대(對)테러전쟁 지원을 위해 아프간 바그람 지역에 배치된 동의부대 상황실용 텐트에서 이 부대 소속 金모(33.통신장교.육사49기)대위가 李모(37.지원과장.육사45기)소령이 쏜 권총 1발을 가슴에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군에서 여러 유형의 총기사건이 일어났고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이번 사건은 사병도 아닌 장교가, 그것도 중견 장교가 벌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해외에 파병된 상황에서 말다툼을 하다 상대의 가슴을 향해 총을 쏘았다니 장교가 총기의 사용에 대해 이런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는가. 군에서 총기란 자기 생명보다 소중한 것이다. 그 총기를 말다툼의 해결로 사용했다니 생명의 경시는 물론 총기의 인식이 한심한 상황에 와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우리 군의 최고 엘리트인 육사 출신 선후배 지휘관들마저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주먹다짐을 넘어 총격다짐을 했으니 이런 지휘관들 밑에 있는 병사들이 걱정돼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물론 우리는 이번 사건은 단순우발형 사건이라고 믿는다. 사실 지금까지 해외에 파병된 한국군은 각별한 정신무장과 절도있는 태도, 헌신적인 봉사 등으로 파견 국가 군대 중 가장 모범적인 '참다운 평화유지군'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런 우리 군의 명예와 위신을 추락시켰다.

사건의 정확한 진상은 현재 국방부가 조사 중이라 하니 우리는 그 내용을 지켜보고자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의문사 사건이니 뭐니 하여 군의 위신에 흠이 갈 보도들이 많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는 장교마저 이런 행동을 했으니 군은 할말이 없을 것이다.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야만적인 총기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정신교육.심성교육을 철저히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