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으로 얻은 정보 … 수사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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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민족끼리’ 회원 9000여 명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대상자들에 대한 수사 및 사법처리 가능성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가보안법상 이적성이 입증되면 수사 대상이 되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이적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사이트에 가입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주요 포털 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간첩 명단이 공개됐다”며 “이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특히 단순 사이트 가입 정황만으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국정원과 검찰 공안 전문가들은 대체로 “구체적인 상황이 좀 더 파악돼야 처벌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해커 그룹이 명단을 공개했다고 해서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 북한의 공식 선전 사이트에 가입해 활동했다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민족끼리’ 자체가 이적단체에 해당해 거기에 가입한 것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명단에 있는 가입자가 실제 인물인지, 또 그들이 단순 열람 행위만 했는지, 아니면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렸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먼저”라는 입장이다. 글의 내용에 국보법 위반 사안이 들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우리민족끼리가 이적단체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적 사이트라고 하더라도 사이트 가입 자체만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단정해 형사처벌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적표현물을 게재하거나 이를 퍼뜨리는 등 목적을 갖고 이적 행위를 한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커들이 불법으로 수집한 자료를 정식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사정당국은 현재 우리민족끼리 사이트가 해킹당한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해킹 주체가 어나니머스가 맞는지부터 확인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해킹 자료는 수사의 단서로만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수사에 돌입할 경우 자체적으로 반정부 활동이나 친북찬양 활동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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