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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心 잡은 관료 누구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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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은 내가 본 관료 중 가장 유능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다른 한 사람은 金실장보다 급이 낮은 경제부처 관료다. "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는 지난해 말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머지 한 사람은 누굴까. 관가와 인수위 주변에선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정작 盧당선자는 그 사람이 누군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盧당선자는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크고 작은 선거에서 낙선을 거듭하며 오랜 세월을 상대적으로 '비주류'로 살아왔다. 때문에 강력한 인상을 심어준 공무원을 만났다면 해양수산부 장관(2000년 8월~2001년 3월)시절이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인수위와 관가 주변에는 박봉흠 기획예산처 차관과 윤용로 금융감독위원회 대변인이 나머지 한 사람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朴차관은 盧당선자의 해양부 장관 시절 예산실장이었다.

당시 盧장관은 항만 관련 예산을 50% 늘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해양부 공무원들은 '예산따기 전략 지도'까지 만들면서 예산 당국을 설득했다고 한다.

盧당선자는 예산처의 예산 편성 작업이 본격 진행되기 전에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예산처도 마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의 초점을 도로에서 철도.항만으로 돌리고 있던 참이어서 이듬해 항만 예산은 30% 증액됐다.

예산통인 朴차관은 예산 편성 때면 해당 부처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는 태도로 부처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고, 盧장관은 그런 朴실장을 차관으로 영입하려 했다는 후문이다.

尹대변인이 유능한 경제 관료로 꼽히는 사정도 비슷한 시기의 일 때문이다. 盧당선자가 해양부 장관으로 취임해 맞닥뜨린 최대 고민 중 하나는 수협중앙회에 대한 공적자금 지원 문제였다.

당시 공적자금 투입 결정권을 쥔 재경부는 수협을 은행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나눠야만 은행사업에 공적자금을 넣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고, 해양부는 "분리는 절대 안된다"며 반발하고 있었다.

尹대변인은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과장이었다. 盧장관은 尹과장을 장관 집무실로 불러 재경부의 입장을 들었고, 尹과장은 차분히 공적자금 투입 원칙을 설명했다.

결국 은행부문과 경제사업부문간에 방화벽을 쌓는 등 보완책이 마련돼 수협은 1조2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해양부는 최대 현안을 풀 수 있었다.

盧당선자는 당시 尹과장의 합리적인 업무추진과 논리 정연한 설명에 반해 尹과장과 이종구 당시 금융정책국장(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을 초청, 저녁식사를 대접했을 정도였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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