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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지하철 스타… 노래·춤 무료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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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어머, 엄진서씨 아니세요?"

무명가수 엄진서(29)씨는 요즘 지하철 타기가 머쓱하다. 알아보고 인사하는 팬들 때문이다. 사인 요청도 심심찮다. 인터넷 팬클럽 회원도 1백50명을 넘어섰다.

3년 전 첫 음반을 냈을 때 반응은 신통찮았다. 가족과 친지들 도움으로 1백장을 겨우 팔았다. 그런데 지난해 6월부터 매일 저녁 네시간씩 지하철 공연을 하면서 다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7천장이 팔려 2집 준비를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모였어요. 지하철 역이나 열차에서 제 노래를 들은 분들이 사주셨대요." "앙코르를 외치는 바람에 집에 못갈 때도 있다"는 '지하철 스타'.

지하철 무료공연 단체 '레일아트'(대표 朴鍾鎬)를 찾아가 공연을 자청한 지 반년이 조금 넘은 지금 그는 자신의 명성에 얼떨떨하다. 가끔 식당에서, 술집에서 대신 돈을 내주는 팬들도 있다.

따당따땅땅-. 토요일인 지난 25일 오후 3시. 인터넷 팬클럽 회원 2천7백명을 자랑하는 '코리아 까뽀에라'팀이 브라질 타악기 '콩가'를 울리며 나타나자 을지로입구역이 술렁거렸다.

오락 '철권'에서나 보던 브라질 무술 카포에라의 유연한 동작들이 지하철 역사를 금세 달궜다.

"푸아도 푸아도(날아라)." 관객들 목소리에 휙휙 젊은 몸들이 역사(驛舍) 천장에 부딪칠 정도로 높이 날아올랐다.

관객 사이로 떨어져내리자 비명도 나온다. 비명은 곧 열렬한 박수로 바뀌고 '허수아비''사무라이'등 10여명의 단원이 격렬한 음악 속에서 화려한 무예를 펼쳤다. 공중제비가 특기인 '전갈' 임준일(林俊逸.20)씨는 '오빠부대'의 우상이 됐다.

'천재 하모니카 소녀' 이병란(李秉蘭.13.서울 신수중1)양도 알아주는 스타다. 1m70㎝가 넘는 큰 체구에서 나오는 우렁찬 하모니카 음이 사람들을 붙잡는다. 하모니카 세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모습에 탄성이 터진다.

李양은 무대 경험을 쌓으려 지난해 6월 지하철 공연에 참가했다. 한달 만에 아시아.태평양 대회에서 은상을 탔지만 아직도 매주 지하철 공연을 한다.

민요 메들리를 연주하자 꼬깃꼬깃한 1만원짜리를 억지로 쥐어주고 간 할머니, 꽃다발을 건네는 언니들, 붕어빵을 준 아저씨…. 얼마 전 열차 안 공연에서는 초등생들 성화 때문에 "내 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 동생…"으로 시작하는 동요 '내 동생'을 열번이나 연달아 불었다.

◇지하철 공연=2000년 1월 레일아트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민이 즐길 수 있는 삶의 문화'를 표방하며 시작했다. 1백50여팀이 번갈아가며 매일 국철.지하철 1~8호선역과 김포공항 청사 중 두곳에서 공연한다. 한달에 한번꼴로 열차 내 공연도 있다. 레일아트 홈페이지(www.railart.org)에 공연 일정이 나온다.

구희령 기자 <idi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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