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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이 심한 IMF 차관 협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IMF와의 「스탠드 바이」차관한도를 1천8백만불로 늘리고 그 기일을 68년 2월까지 연장시키고자 정부가 IMF와 맺은 새 협약의 내용이 밝혀짐으로써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외환 보유고가 1억1천여만불에 불과하여 와환위기가 조성되었고 그 때문에 IMF의 차관을 필요로 했던 65년의 상황에서는 여러 가지 구속조건을 감수하면서도 차관 협약을 맺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외환보유고가 2억6천만불을 넘고 있는 실정에서 인출사용 필요성도 없는터에 공표된 바와 같은 내용의 비자주적인 협정을 맺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이 일반의 여론인 것 같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재정·금융·외원·무역, 그리고 심지어 정부관리기업 가격정책까지도 IMF의 규제하에 놓이게 되었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구속조건을 충실히 이행하려 한다면 그동안 「유솜」과 맺은 재정안정계획도 백지화시켜야 할것이며 농산물 가격안정 정책도 포기하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입안되었던 제반정책이 전반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할 것 같다.
우선, IMF와의 협약에서 통화량의 연간 증가율을 15%로 일단 제한했으므로 IMF와의 연말 통화량 한도는 8백6억원이 되는 셈이며 따라서 재정안정 계획상의 한도 8백20억 내지 40억원과는 현격한 차이가 생기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의 순국내 자산 및 외화자산 증가를 1백10억원밖에 증가시키지 못한다면 연간 8천4백만불이나 증가할 것으로 계획한 외환수급 계획도 근본적으로 고쳐야 할 것이다. 외환수급 계획에 따른 외환보유고 증가가 파생시키는 중앙은행 자산 증가만도 2백30억원 정도이므로 IMF와의 협약을 이행하려 한다면 외환수급 계획과 무역계획이 수정되거나 외자도입 정책이 수정되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물자수급 계획까지도 수정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재정측에서 현금수지를 균형시키고 흑자를 내야 한다면 농산물 가격 안정기금과 조달기금 백10억원을 한은차입으로 마련한다는 정책은 근본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것이 되는 것이며 따라서 가격안정 정책은 포기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현재 모순이 누적되어 가고 있는 유동성 규제 정책을 완화시킨다고 훤전하고 있는 금융정책도 정부 의사대로 조정될 수 없게 될 것 같으며 이에 따라 금융 혼란을 시급히 수습해야 한다는 절실한 요청도 쉽사리 해소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다섯째, 관세 물품세의 대폭적인 조정을 위한 입법 조치를 강구하고 그 이전이라 하더라도 수입 자유화를 해야 한다는 것은 IMF가 여전히 선진국의 이익보장을 우선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며 이를 그대로 받아 들인 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젯점들을 살펴 볼 때 단기적인 인출밖에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출할 필요성도 없는 「스탠드바이」차관을 위해 구속이 심한 협약을 맺은 정부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생각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 하면 그동안의 경제정책이 얼마나 무질서하게 다루어졌으면 그러한 세부적인 구속협약을 맺지 않고서는 IMF차관을 얻을 수 없었는가, 정부 당국으로서는 크게 반성하는바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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