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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이 꿈꾼 ‘힘 있는 1등 국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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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반재철 이사장은 “흥사단의 정신은 ‘힘’”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흥사단. 독립운동가이자 교육가인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이 1913년 미국에서 조국의 독립 운동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일제 강점기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시민의 힘을 축적해 준 흥사단이 다음 달 13일로 설립 100주년을 맞는다.

 “흥사단은 우리 민족이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단체입니다. 100년 역사를 지닌 순수 국내 단체로는 유일합니다. YMCA도, 적십자사도 이땅에서 100년 넘는 역사를 지켜왔지만 해외에서 시작된 단체들이죠.”

 100주년 기념 준비에 바쁜 흥사단의 반재철(64) 이사장. 그는 “흥사단은 우리 민족의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그와 흥사단의 인연은 68년부터다. 흥사단 아카데미 대학생 회원으로 시작해 청년회장, 서울지부장, 이사회 부이사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학 1학년 철학개론 담당 교수가 안병욱 선생이셨어요. 안 교수님이 강의 첫날 ‘도산 안창호 선생에 대한 리포트 20장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죠. 관련 자료를 찾으려 흥사단을 찾아갔다가 회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40년이 넘었네요.”

 흥사단의 4대 정신인 ‘무실·역행·충의·용감’은 당시 ‘청년 반재철’의 마음을 뜨겁게 만들었다. ‘무실(務實)’이란 거짓 아닌 참을 사랑하고 실질을 존중하는 정신, ‘역행(力行)’이란 실천을 강조하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는 태도다. ‘충의(忠義)’는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고 사람에는 신의를 다하는 것, ‘용감(勇敢)’은 진취적·능동적으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흥사단의 정신은 ‘힘’입니다. 도산은 우리나라가 ‘힘 있는 1등 국가’가 되길 소망했습니다. 그가 말한 힘 있는 1등 국가란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는 품격 있는 나라였습니다.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해방 후 국민 계몽운동을 통한 민족부흥 운동에 주력한 흥사단은 60년대 이후엔 흥사단 아카데미 운동을 통해 사회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시대를 고민하는 지식인들에게 장준하의 ‘사상계’와 흥사단의 ‘금요개척자강좌’는 필수였다. 70년 국내 처음 시작한 대학생·청소년 ‘국토순례 대행진’은 지난해까지 한 해도 쉬지않고 열렸다.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산이나 강에서 열렸던 독립지사들의 모임 ‘산악회’는 지난해 1000회를 맞았다.

 최근 흥사단이 주력하는 건 청소년 교육이다. 청소년들의 인격 수양, 반부패·인권 의식 함양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0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는 더 다채롭다. 다음 달 9일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100주년 전시회가, 11일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6월엔 중국 상하이를 중심으로 도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순례행사를, 7월부터는 한민족 나라사랑 국토순례를 한다. 흥사단을 유엔 비정부기구(NGO)에 등록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반 이사장은 지난 100년의 감격보다, 향후 100년 목표에 어깨가 더 무겁다고 했다. 그가 그리는 100년 목표는 ‘정의롭고 행복한 공동체 실현’이다.

 “무실·역행·충의·용감에 이어 정직·신뢰·배려·나눔·소통·절제를 6대 가치로 삼았습니다. 이를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애기애타(愛己愛他)’ 운동, 즉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하자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입니다. 품격 있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안창호 선생의 꿈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글=박혜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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