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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문명의 고속도로 한반도 역할 재조명 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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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경철 교수

근대 이전, 바다는 문명의 교류를 막는 장벽이었다. 비단길 등을 통해 동서양의 문물이 오갔지만 문명의 이동은 서서히 진행되는 느린 과정이었다.

 하지만 마젤란이 세계 주항에 성공하고 콜럼버스의 원정이 성공하는 등 전세계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되면서 바다는 장벽이 아닌 소통의 교량이자 고속도로가 됐다. 바다를 통해 사람들은 세계로 뻗어나갔고 물자와 농작물, 지식과 사상·종교, 심지어 병원균까지 널리 퍼져갔다.

 해양 팽창에 나선 유럽 국가가 뇌관을 터뜨린 셈이다. 유럽인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여러 문명과 문화를 만나게 했고 각 문명의 성취물이 뒤섞이며 근대 세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 중 하나가 색깔의 세계화다. 색깔이 다양해지고 일반 사람도 쓸 수 있는 민주화가 이뤄진 것은 현대에 들어서야 가능했다. 염료가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를 통한 문명의 교류가 본격화하며 유럽의 색은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바다의 시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그 판도에는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최근 200년간 대륙 세력의 면모를 보였던 중국이 바다로 나가려 하고 있다. 용이 수영을 배우는 중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도 여전히 바다다. 이런 맥락에서 한반도의 입장과 역할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해양 세력이 대륙으로 진출할 때나 대륙 세력이 해양으로 진출할 때 필터의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큰 흐름 속에서 의미를 끄집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경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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