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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SW 수퍼 자문단 발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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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재선(左), 송길영(右)

삼성전자가 국내 소프트웨어(SW) 전문가들을 모아 대규모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SW 강화를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수원 공장에서 ‘소프트웨어 센터 기술 자문단’ 발족식을 했다. 자문단은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 NHN 넥스트 김평철 학장, NEXR 한재선 대표 등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과 KAIST·서울대·포스텍·고려대·성균관대·아주대 등에서 선발한 교수, 광주과학기술원(GIST)의 박사급 연구원 등 21명으로 구성됐다.

 자문단은 웹·클라우드·빅데이터·컨버전스의 네 개 분과로 나뉘어 운영된다. 자문단 총괄은 부사장급이 맡고 분과마다 삼성전자의 상무급 임원이 두 명씩 배치됐다. 자문단 개개인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보수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족식은 오찬과 간담회를 겸해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측은 자문단에 고민을 털어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사말에서 “과거 삼성은 벤치마킹에 강한 회사였는데 이젠 앞에 있는 회사가 없다. 올해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갔더니 로고만 가리면 어느 나라에서 만든 휴대전화인지 구별이 안 가더라”고 토로했다. 1등 업체로서 제품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의미다.

 이어 삼성전자 측은 자문단에 “삼성의 미래를 이끌 기술에 대한 통찰과 혜안을 달라”고 주문했다. 연구팀이 자율적으로 주제를 설정해 어떤 파격적인 발상이든 마음껏 얘기해 오면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틀에 갇히지 말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자유롭게 지적하고 어떤 아이디어든지 내면 삼성이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자문단과는 다른 운영 방식이다. 이날 참석한 학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 학계와 협업(Co-work)할 땐 ‘무슨 분야, 무슨 주제를 연구해 오라’는 식이었는데, 이번엔 전문가들에게 모두 맡기고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며 “SW 강화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났다”고 말했다. 업계는 자문단 결성이 이건희 회장의 소프트웨어 강화 지시에 따른 조치로 분석한다. 이 회장은 2011년 7월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경영진이 열과 성을 다해 SW 인력을 뽑고 육성하고 악착같이 확보하라, 거기에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하드웨어 제조기술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최고 성능의 부품을 자체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을 바탕으로 하는 SW 인재 확보에는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문·사·철 전공자를 뽑아 통섭형 SW 인재로 육성하려는 것도 이런 고민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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