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 독일 대통령의 방한 성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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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국민적인 환대 속에 닷새동안에 걸친 방한일정을 모두 마친 「뤼프케」 서독 대통령 일행이 오늘 한국을 떠났다.
출발에 앞서 발표된 한·독 공동성명을 보면 그의 일행의 방한성과와 협의내용이 잘 집약되어 있다. 공동성명에 의하면 양국원수는 첫째, 국토통일을 위해서 긴밀히 협조하며 둘째, 동남아의 정치적 안정이 세계평화를 위해 극히 중요하고 셋째, 서독은 한국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적극 지원하며 넷째, 무역증진과 상호 경제협조 강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고 되어 있다.
위와 같은 공동성명에서 보듯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가진 바 있었던 양국원수는 통일의 성취를 위해 정치적 분야에서 그리고 공동번영의 터전을 닦기 위해 경제적 분야에서 각각 협력을 강화해 가겠다는 양국정부의 의사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국원수의 교환과 공통적인 당면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의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전통적인 한·독간의 우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장차의 협력증진을 기대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각별히 주의코자 하는 바는 그러한 우의나 협력의 증진에 있어서 주축이라고 보여지는 경제분야에 있어서 한·독 양국은 아직도 더 많은 협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관한 것이다. 그동안의 협의결과를 분석해 볼 때 서독정부는 제철·석유「콤비나트」·기계공업 같은 큰 규모의 대한경제협력에 있어서 IECOK(대한국제경제협의체)를 통하는 방편을 위주로 할 생각이며 직업훈련이나 중소기업·농촌개발분야에 있어서만 직접적인 협력을 전개할 의사인 것 같다.
물론 우리는 그러한 서독측 의견에 반대할 이유를 갖지 못한다. 실상 우리의 관심은 그런 형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내실에 머무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성명도 그 점에 유의를 하고는 있지만 우리는 그야말로 상호경제협조를 위한 지속적인 터전으로서의 교역관계의 중요성을 한층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극심한 무역수지의 역조가 시정되지 않고서는 아무리 막대한 차관중심의 한·독 경제협조도 마침내는 그 실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우리는 보는 것이다.
또 그 기본적인 방향도 자본원조에서 기술원조로 전환되었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협조의 형태가 양보다는 질을 위주로 하는 것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이다.
한·독 양국의 우의가 지난 어느 때보다도 고조된 오늘 두 나라가 진실로 세계의 번영과 평화에 공헌하기 위한 정치적·경제적 협력자가 되려면 바로 그렇듯 기저적인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되고 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견해인 것이다. 동시에 그것은 「뤼프케」 서독 대통령 일행의 모처럼의 역사적 방한성과를 구체적으로 또한 고무적으로 결실시키는 길인 줄로 믿는다. 그의 남은 여정이 평안하기를 빌어 두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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