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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로 폐암 사망, 태아 위협 … 남의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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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흡연은 비단 남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성 흡연율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폐암 사망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흡연자가 임신했을 경우 태아에 미치는 영향이 커 문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 연구진은 유럽 연합 27개 나라, 프랑스·영국 등 6개 나라의 암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2015년에는 EU회원국의 여성 폐암 사망자가 유방암 사망자를 앞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에서는 이미 연평균 유방암 사망자가 1만2000명인데 비해 폐암 사망자가 1만6000명에 달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 흡연율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울산대학교 서울아산병원 조홍준 교수팀이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치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토바코 컨트롤(Tobacco Control)’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소변 내 니코틴 성분을 통해 측정된 여성의 흡연율은 13.9%. 설문조사에서 ‘담배를 핀다’고 응답한 비율(5.9%)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다. 30대 미만 여성의 실제 흡연율은 23.4%이다.

 ◆여성 흡연의 위험성=여성 흡연자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했을 경우 아기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조병구 총무이사는 “가임기 여성 흡연율이 높다는 것은 임신 여부를 아직 모르는 임신 초기 흡연이나 임신 중 흡연으로 인해 태아의 건강도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임신 초기 첫 3개월 동안 흡연을 하면 태아의 선천성 심장병에 영향을 준다. 흡연을 계속하면 태아 발육이 지연되고, 조산 위험성이 증가한다. 신생아의 뇌성마비, 정신박약, 학습장애, 사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 중 금연을 하면 사산율(死産率)이 11% 감소하고 신생아 사망률이 5% 감소한다. 따라서 여성 흡연자는 반드시 피임을 하거나 금연 후 임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조 이사는 “여성 흡연자,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 흡연자는 먹는 피임약을 복용 시 혈전색전증 등 혈액 응고에 의한 질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황체호르몬을 이용한 피임을 택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전했다.

 ◆여성 흡연자의 피임법=성냥개비 정도의 부드러운 막대를 팔 피부 밑에 이식해 3년 동안 소량의 호르몬을 지속적으로 분비하는 피임 장치인 ‘임플라논(implanon)’의 경우, 미혼 여성이나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들에게 주로 선호된다. 이식과 제거는 산부인과에서 국소마취 후 할 수 있다.

 ‘미레나(mirena)’는 자궁 내 장치인 루프와 호르몬제 사용의 장점을 합친 피임 시스템. 한 번 장치 후 5년 동안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생리 시작일로부터 7일 이내에 시술받는 것이 좋다. 매일 소량의 황체호르몬이 자궁 내막에만 국소 작용을 하므로 전신적인 호르몬의 영향도 거의 없다. 월경량과 생리통을 감소시켜주므로 자궁근종이나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여성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피임 시스템에 들어 있는 레보놀게스트렐(levonorgestrel)은 황체호르몬의 한 종류로 자궁내막이 얇아지고 간혹 생리가 없어지기도 한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장치를 제거하면 배란과 생리가 빠른 속도로 회복된다. 다만 몸에 이식하는 피임시스템은 시술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다.

 ◆건강한 아름다움 위해서도 금연을=조 이사는 “피임 문제가 아니더라도 건강을 위해 금연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이는 자외선 등 외부 공격에 대한 방어력을 떨어뜨려 피부 톤이 칙칙해진다. 담배를 빨아들일 때 입 주변 근육을 많이 사용하므로 팔자주름도 빨리 생긴다. 담배의 끈적끈적한 타르와 니코틴 등은 치아를 누렇게 착색시킨다. 조 이사는 “금연 후 체중 증가를 호소하는 여성들도 많지만, 실은 흡연으로 인해 신체 대사 활동에 변화가 와서 비만이 되기 쉬운 체질로 바뀐 것”이라고 귀띔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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