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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직 하루 맞바꾼 영호남 두 시장 “달빛동맹 4년, 우린 지역감정 없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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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김범일 대구시장과 강운태 광주시장이 27일 교환근무를 했다. 강 시장(왼쪽)은 이날 대구시 수성동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현장 등을 찾아 현황 설명을 들었다. 김 시장은 광주시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아시아문화전당과 한국광기술원 등 광주의 주요 사업 현장을 둘러봤다. [프리랜서 공정식], [사진 광주광역시청]

27일 오전 10시15분 대구시청 앞. 300여 명의 직원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로 강운태 광주시장을 맞았다. 강 시장은 도열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2층 시장실 앞에 놓인 방명록에는 ‘달빛동맹의 굳건한 토대 위에 대구광역시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합니다’라고 적었다. 달빛동맹은 달구벌(대구)과 빛고을(광주)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두 도시의 협력관계를 의미한다. 시장실의 업무용 책상에는 ‘1日 大邱廣域市長 姜雲太(1일 대구광역시장 강운태)’라고 적힌 나무 명패가 놓여있었다.

 비슷한 시각 김범일 대구시장이 광주시청에 도착해 직원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았다. 김 시장은 “두 도시 간 교류를 활발하게 전개해 대한민국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광주시도 대구처럼 ‘1日 光州廣域市長 金範鎰(1일 광주광역시장 김범일)’이라고 쓴 명패를 만들어 놓았다.

 대구시장과 광주시장이 이날 자리를 바꿔 근무했다. 비록 하루 교차 근무지만 양 도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지역갈등 해소와 상생발전 방안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다.

 두 사람은 시장실에서 간부 소개와 현안보고를 받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김 시장은 광주의 수출 규모 및 기업유치 현황 등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 취임 때 ‘광주를 배우자’고 대구 공직자들에게 말한 적이 있다”며 “광주의 투자 유치 비결을 배워야겠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대구테크노폴리스·국가과학산업단지 등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잘 키우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중국 관광객들이 동대문 패션을 아주 좋아한다”며 “섬유도시인 대구가 맞춤형 패션을 만들면 이들의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지역 경제·언론계 등 인사 20여 명과 간담회를 열었다.

 오후에는 주요 사업 현장을 찾았다. 김 시장은 한국광(光)기술원과 아시아문화전당을, 강 시장은 대구혁신도시(첨단의료복합단지)와 도시철도 3호선(모노레일)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두 시장은 이날 교차근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었다. 대구 지역 인사들은 초·중·고·대학·프로야구팀을 서로 초청해 경기를 열자고 제안했다. 광주에선 ‘대구시민의 날’로, 대구에선 ‘광주시민의 날’로 정해 함께 응원하며 우애를 쌓자는 것이다. 광주 지역 인사들은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시장은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두 사람은 이날 오전 대구와 광주의 중간 지점인 경남 함양군의 한 식당에서 만나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내용은 88고속도로 조기 확장,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공동유치 등 5개 분야 12개 사업이다.

 달빛동맹은 두 지역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2009년 시작됐다. 두 도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2011년 기준)은 16개 시·도 중 대구가 꼴찌, 광주가 15위다. 같은 처지의 두 지역이 뭉쳐 경쟁력을 키워보자는 것이다. 이후 3200억원 규모의 국책사업인 ‘3D융합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따냈고 오페라·무용 등 각종 문화행사도 공동으로 열고 있다.

홍권삼·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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