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국 수련병원 인턴 대상 설문, 산부인과 왜 기피하나 물었더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수련병원 인턴들은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높지만 의료사고 등으로 인한 법조항 때문에 산부인과 선택에 있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지난 2월 한달 동안 전국 수련병원 인턴 125명(남자 67명, 여자 58명)을 대상으로 '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이유'와 올해 4월 시행 예정인 의료분쟁조정법 중 “분만과 관련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제도가 인턴들의 ‘산부인과 전공’ 선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의 응답자들은 현재2월의 인턴 수련을 마치고 3월 진로목표를 세운 상태(응답자 비율: 내과계 47%, 외과계 31%, 진료지원계(영상의학과 등) 14%, 기타 8%)다.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은 인턴들이 바라보는 산부인과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들은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높으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의사 부담 법조항 때문에 산부인과 전공 선택에 있어서는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다음은 설문조사 내용이다.

“의대생 시절 산부인과 전공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이라는 질문에 ‘매우 많았다’(24%), ‘약간 있었다’(30%)로 산부인과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도는 비교적 높은 편으로 나타났으나, 정작 인턴 수련 후에는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로 응답자의 약 절반 가량이 ‘의료 소송의 위험성이 많아서’(49%)라고 대답했다. 이 밖에도 ‘삶의 질 하락’(20%), ‘수련 후 불투명한 진로’(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 수가 인상, 의료 소송 부담 없애야 비인기과 문제 해결

“비인기과인 산부인과에 대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는 ‘진료수가 인상’(42%)과 ‘의료소송의 부담 덜어주기’(40%)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밖에도 ‘수련환경개선’과 ‘산부인과 진료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 ‘남자 산부인과 의사 기피 분위기 쇄신’ 등의 의견도 나왔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것?”의 질문에는 ‘진료 수가 인상’(39%)’과 ‘ 수련환경 개선’(26%) ‘의료소송의 부담 덜어주기’(25%)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의료분쟁조정법 대한 인지도 조사”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의료분쟁조정법이 우리나라에서 지난해인 201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나머지 숫자인 46%는 이 사실 조차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아가 조정법이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모든 진료과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9%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 의료분쟁조정법 중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에서 정부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재원을 일부 부담하게 한 사실을 알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8%는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 산부인과 의사들이 30% 분담하는 법 조항이 향후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물었더니, ‘매우 부정적이다’(60%) ‘약간 부정적(산부인과 전공을 기피하는 쪽)’(18%)이라고 대답하는 등 많은 숫자가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근본적으로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산부인과의 안정적인 진료환경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매우 악화시킬 것’(50%) ‘약간 악화시킬 것’(15%)이라고 많은 숫자가 답변했고, 반대로 ‘큰 변화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도 20%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진료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응답과 관련해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69%가 ‘산부인과 의사들의 분만 기피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또 분만관련 전체 의료소송 건수 증가(12%) ’환자와의 갈등’(9%) 등이라고 대답했다.

현재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이 미달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공의의 지원율은 2006년 이후로 해마다 정원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8년 연속 미달"되어 필요 인원의 약 50-60% 정도에 불과하며, 급기야 2012년도에는 전국에서 배출된 산부인과 전문의의 수는 90명뿐으로, 2001년 270명에 비해 3분의1로 급감하였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분만 병원 수는 50%나 감소, 분만취약지가 전국의 20%로 급증하였다. 이러한 여파로 급기야 2008년 이후 우리나라의 모성사망비는 오히려 증가하는 악결과가 초래되었고 특히 분만취약지가 가장 많은 강원도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3배 높은 모성사망비를 보이는 등 분만 인프라 붕괴의 피해는 이제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될 상황에 와있는 실정이다.

* 다음은 위 설문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이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질문1] 우리나라에서 비인기과인 산부인과에 대한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산부인과는 의학적 목적의 진료를 한다면 출혈의 위험이 크며 항상 큰 스트레스를 가져야 하는 진료과다. 산부인과를 일단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는 힘든 수련환경, 진료시 갖는 많은 부담감, 낮은 수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저를 비롯한 동기들을 살펴볼 때 최근 산부인과를 고려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분만시 생길 수 있는 합병증 중에는 피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인데 의사의 잘못이 없어도,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음에도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을 고려치 않는 말도 안되는 정책이다.

▲ 저수가 & 소송합의금, 상식적으로 보아도 먹고 살기 힘들다. 소송 걸려서 돈 들어가고 병원 이미지 나빠지고. 한번 실패는 영원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게 보이는데 누가 하겠는가

▲ 불가항력으로 산모나 아기가 사망할 수가 있는데 이 경우 의사가 무과실에도 불구하고 50%의 면책금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산부인과 전공을 하고 싶은가? 많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데 산부인과 환자는 다른 과 환자에 비해 수가 더 줄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수가는 다른 사회경제적인 분야에 비해 상승률이 매우 낮으며 위험도 크다. 이 문제는 산부인과 트레이닝을 받고 진료를 하는 내내 내 마음을 괴롭힐 것 같다.

▲ 법률적 보장은 사라지는 시점에서 분만에 대한 위험 부담을 산부인과 의사가 떠 안아야 하는 현실이 전공 선택에서 산부인과를 선택하기 어려움이 있다.

▲ 환자들이 진료 의사 선택시에도 여의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남자 의사는 산부인과를 배제하는 이유가 되곤 한다.

▲ 산부인과 수가는 절대적인 비교로도 낮고, 타과 수가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낮다

▲ 산부인과는 여성의 질환과 상담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단지 진료에만 국한되어 있고 분만 역시 평균 12시간 이상 필요한 상황을 단지 분만시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에 맞게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질문2]우리나라 산부인과의 발전 및 분만 인프라 개선을 위한 기타 의견?

▲ 현재의 수가와 의료 현실 속에서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이 절대로 증가할 수가 없음

▲ 이렇게 할 바에 분만실을 국가에서 운영해야 한다.

▲ 진료환경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산부인과 기피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 산부인과는 major과 중의 하나로 본인도 매우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과 선택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작용하려면 산부인과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 의료분쟁조정법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절대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 의사의 실수가 없다고 밝혀지는 한 모든 의료사고는 의사에게 책임을 지우면 안된다. 의사에게 인간의 능력 이상의 것들을 짊어지우려 하면 안된다. 의사는 인간의 기본적인 치유능력을 증가시켜 주는 것이지 신이 아니다.

▲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은 정부에서 100% 부담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인기기사]

·명지병원과 협약 계약 만료된 관동대 의대, 손잡은 병원은 [2013/03/26] 
·빅4+고대안암•구로 등 10곳, 연구중심병원 선정 [2013/03/26] 
·“한의약 단독법, 어떻게든 막아라!” 의료계 ‘초비상’ [2013/03/26] 
·김정록 의원 발의한 ‘한의약법안’이 뭐길래 [2013/03/26] 
·김용익의원 진주의료원 찾아가 폐업 철회 하라! [2013/03/26] 

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위 기사는 중앙일보헬스미디어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중앙일보헬스미디어에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