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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하 머리 맞아 숨진 뒤 추락 가능성 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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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장준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대표적인 재야 인사로 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고(故) 장준하(1918~1975)선생이 “머리를 가격당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조사 공동위원회는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장준하 선생 유골에 대한 정밀감식 결과를 발표했다. 정밀감식을 한 서울대 이정빈(법의학) 명예교수는 “장준하 선생의 두개골 함몰은 외부 가격에 의한 것이며 가격으로 즉사한 후 추락해 엉덩이뼈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추락에 의해 두개골이 함몰됐으면 충격으로 반대편인 왼쪽 눈 위 안와(안구 주위 뼈)가 함께 손상돼야 한다”며 “장 선생의 안와가 깨끗한 것으로 보면 추락보다 외부 가격에 의해 두개골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추락사라면 몸에 출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건 발견되지 않았다”며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고 즉사하면 혈액순환 기능이 멈춰 피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개골을 가격한 물체는 손상 부분이 좁은 것을 보면 망치보다는 아령이나 큰 돌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장 선생이 실수로 미끄러져 추락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고 장소는 약 17도 경사에 14.7m 길이의 계곡”이라며 “이곳에서 미끄러져 추락했다면 피부에 긁힌 상처가 많아야 하지만 장 선생 몸에는 그런 상처가 없다”고 말했다.

 장 선생은 1975년 8월 경기도 포천 약사봉을 등산했다 내려오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검찰은 사망 원인을 ‘실족에 의한 추락사’로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과 일부 언론은 “추락사인데 두개골과 골반 외에는 골절이 없다”는 등의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한편 장준하 선생 암살 의혹 국민대책위는 28~29일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뒤 30일 장 선생에 대한 겨레장을 치를 예정이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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