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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족 보왕, 그는 왜 지하디스트가 되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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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위장 군복을 입은 검은 머리의 한 동양인이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허공에다 쏘며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난한다. “알아사드가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을 무차별 학살한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 정부가 알아사드 정권 지원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슬람 국가들이 시리아 혁명 승리 후 중국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17일 유튜브에 오른 동영상(사진)이다. 화면의 주인공은 시리아 반군 지하디스트를 자처하는 중국 한족이다. 자신을 유세프라고 소개했지만 동영상 자막에는 영어로 ‘Bo Wang(보왕 )’이라는 중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실제로 그가 시리아에서 이슬람 급진 지하디스트로 활동하고 있다면 중국 사회의 주류인 한족으로서는 첫 사례가 된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중국 이슬람 위구르족 22명이 미군에 체포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적은 있다.

 차별철폐와 자치권 확대를 요구하는 위구르족과 한족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보왕의 동영상 공개는 중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위구르족이 아닌 주류 한족이 정면으로 도전하고 나서 파급효과가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서부지역에서 이슬람 세력의 확산을 경계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보왕이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優酷)에 올린 동영상을 즉각 삭제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보왕은 이슬람 현대신학자인 사이드 쿠트브의 책을 읽고 리비아로 유학을 떠났다고 말했다.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를 무너뜨린 리비아 혁명을 목격한 그는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시리아로 건너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유튜브 동영상에는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미국 백인 지하디스트가 등장한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출신인 에릭 해런은 알아사드를 향해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신은 파멸될 것이다. 할 수 있을 때 당장 그만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미군에서 4년간 복무한 경력이 있는 해런은 최근 인터뷰에서 자브하트 알누스라라는 시리아 지하디스트 조직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고 포린폴리시가 전했다.

한경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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