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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인재양성|"지식인의 역수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정부는 과학 진흥과 기술자 양성 및 근대화 작업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갈 인재양성을 크게 외치곤 있으나 이에 대한 뒷받침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아 해외유학생들의 국내 유치가 어려운데다가 모처럼 고국에 돌아온 유학생들 마저 실망과 좌절감을 안은 채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사례가 잦아져 큰 사회문제로 제기되고있다.
특히 이들 유학생 가운데는 대학교수 또는 각종 기업체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다가 「뉴·블러드」(새로운 피=신진 인물)에 대한 기성세대의 냉대에 못 이겨 고국을 등지는 경우가 대부분 이어서 『고급 지식인의 역수출』이라는 말까지 나오고있다.
28일 한·미 재단 유학생 직업 지도처(처장 오판권)는 지난 1년 동안만도 석사·박사 학위를 가진 귀국 유학생 약50명이 대우 좋은 직장을 찾아 미국 등지로 되돌아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의 자연계 기성교수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서울대 문리대 동물학과 Y교수, 경희대 생물학과 K교수등 유학생출신이 아닌 대학교수 10여명도 해외로 나가 사표를 내거나 여행기간이 훨씬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재단 유학생 지도처 집계를 보면 지난 53년 11월부터 66년 말까지의 유학생수는 7천1백명, 이 가운데 귀국 유학생은 8백명밖에 안되며 나머지는 대부분이 그곳에서 영주할 심산이라는 것이다.
이 집계는 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한 유학생이 현재까지 5백50명이나 되는데 그중 1백27명만 돌아왔으며 석사학위 수여 자는 수천 명이 되지만(전 유학생의 65%가 석사학위과정) 겨우 3백80명이 귀국했으며 이들은 고국에서의 생활에 좌절감을 느껴 다시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가 자꾸 늘어난다는 것을 나타내고있다.
귀국한 석사 3백80명 중 취직된 자가 작년 11월말 현재 2백30명 뿐이며 귀국한 박사 1백27명 중에서도 정부요직이나 일류 대학에 있는 교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월급이 1천「달러」가 넘는 미국으로 도로 빠져나가려고 애쓰고있는 실정이다.
우수한 지식인 기술자가 미국 등지에 머물러 있으며 고국에 돌아왔다가 도로 해외로 나가려는 이유는 ①외국의 교수, 과학자우대 ②국내 교수의 박봉과 직업보장이 없고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할 수 없는 현실 ③전문분야의 연구시설이 거의 없는데 그 까닭이 있다.
그런데 「이란」「파키스탄」등 동남아의 소위 후진국에서는 유학생 국내유치 책으로 유학생의 귀국여비(가족포함)를 보조하고 개개인에게 정부가 직장을 미리 보장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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