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간송 전형필 씨의 개인 박물관이던 서울시내 성북동 소재 보화각에서 2만 여권의 한적장서 가 조사되어 그 가운데서 2백여 책의 유일본을 포함한 우리나라 진본이 발견되었고 앞으로도 조사의 진행에 따라 더 많은 귀중본이 첨가 될 것이라는 소식은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에게도 다소곳한 기쁨을 안겨 주었다.
종래 간송은 고 미술품의 수장가로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 미술사를 얘기할 경우 그가 수장한 고서화나 도자기등속의 방대한「콜렉션」을 미뤄두고는 말하기가 어려웠던 것인데 거기에 귀중본으로 된 장서까지를 더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라 하겠다.
더구나 한적의 본 고장이라고 할 중국에서조차 완질이 없어 일본에 전래된 결본을 빌어서 까지 영인 해야 했던 용감수감 7책 한질이 고스란히 발견되었다니 미구에 일반에 공개되리라는 간송 「콜렉션」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며 이제는 고인인 간송의 남긴 보람도 따라서 높아진다 할 것이다.
이렇듯한「콜렉션」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
그는 일찍이 장안의 갑부요, 또 높은 안목을 지녀 그 부와 안목에 뒷받침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지 마는 한 걸음 나아가서 우리 부조가 물려준 아름다움에 대한 그의 사랑과 귀의가 평생을 두고 변할 줄 몰라 구도자와 같았던 마음가짐을 저버려서는 안될 듯 하다.
간송은 생전을 두고 가히 한아한 가운데서도 의연한 멋으로 평생을 가꾸었으며 사후에는 유방으로 길이 후생에 끼쳤다 할 것이다. 지금 도시계획을 맡았다는 사람들이 길을 낸답시고 고궁을 헌다는 세정을 천하의 간송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새삼 그의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과 귀의와 안목이 아쉬워지는 소이 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