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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수로서 속력 안 줄이고 한일호 침로를 막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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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부산지방 해난심판위원회(위원장 황동춘)는 한일호가 침몰된 다음날인 15일부터 3일간의 조사를 끝내고 17일 상오 해군 73함과 한일호의 충돌사고는 양측에 모두과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해난심판위의 이 조사는 주로 한일호의 생존선원 4명과 73함 관계자들의 진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심판위가 조사한 조난경위와 심의결과는 다음과 같다.
◇조사경위=한일호는 우현 45도 방향에 선종을 알 수 없는 배의 녹등을 발견하고 선장에게 이 사실을 보고, 선장은 조타실우측창문을 열고 그 녹등을 계속 보고 있었다.
장시간 녹등이 계속 보이므로 한일호의 오른쪽으로 통과할 것으로 판단, 침로와 속력(9.5노트)을 계속 유지한 채 항해했다.
그런데 저쪽 배의 녹등이 약5백「미터」거리에서 갑자기 홍등으로 변했다.
이를 본 한일호의 선장이「텔리그라프」를 흔들어 기관정지를 명하고 조타수 김춘배 씨가「타륜」을 우측으로 돌렸다고 생각할 무렵 쾅하는 충돌소리가 들리자 한일호의 선수가 73함의 좌현 선수에 충돌, 급우전 되면서 선수부분이 갑자기 침수되었다.
순간적으로 침몰 될 것으로 판단한 한일호는 함정 쪽으로 접근해야 승객들이 구조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때 승객들이 갑판위로 올라와서 선원들과 합세, 상의를 벗어 흔들면서 함정 쪽을 향해 구조해 줄 것을 신호했으나 함정은 충돌 후 5백「미터」쯤 계속 전진했다. 그러면서 선수를 좌회전하며「서치라이트」를 비쳤을 뿐 구조하려 접근치 않아 한일호는 약 10분 후 침몰했다.
◇심의결과=①한일호 측에서 상대방 배의 녹등을 보았을 때 그대로 자기 배의 우현을 통과해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②그러나 함정이 방향을 바꿈으로써 홍등을 본 후 최소한 4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므로 한일호가 73함의 방향전환을 판단했어야 옳았다.
③73함이 20「노트」이상의 고속 함정임을 고려, 다른 배의 등화가 산재해있는 좁은 수로를 통과하면서 미리 적당한 속력을 취해야했으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 없이 한일호의 침로를 가로막도록 방향을 바꾼 조처, 그리고 「권리선」으로서 침로와 속력을 유지하지 않고 충돌2분전부터 전속 후진하는 임기응변조처를 취한 것은 운항상의 중과실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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