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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해난심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론이 분분한 사안에 대해서 만인이 승복할만한 명 판결을 내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사안이 중대한 이해관계나 권력기관과 얽혀있을 경우에는 명석한 두뇌이외에도 재판관의 비상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거이다. 그러기에 일세를 떠들썩하게 한 큰 사건을 일도양단의 명 판결로써 처리해 낸 재판관의 얘기는 오랫동안 일화감으로 구전될 만큼 희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범인들이 사는 현실사회에서 누구도 자기 공을 앞세우기는 쉬워도 스스로 자기 잘못을 승복해서 죄 받기를 감수하겠다는 정직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성선설을 말하고 인간의 양심을 설교하는 수도사라 해서 결코 그 예외가 될 수 없음은 최근의 불국사 사리 병 파손사건이나 저 가덕도 앞 바다의 한일호 침몰사건의 책임을 에워싼 시비를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일찍이 자기 잘못을 승복해서 합당한 처분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만 보여주었던들 필경 과실로 저질러진 죄과를 가지고 그 이상 문제가 복잡화하였을 리는 만무하지 않았겠는가. 그런데도 최후 순간까지 가지 죄과의 승복을 꺼려보려는 인간 본능의 추잡상이 사안을 중대사건으로 만들고, 현실사회에선 좀처럼 찾기 어려운 명 판관의 출현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한 아이를 가지고 서로 자기 자식이라 우기는 두 여인을 앞두고 칼로 어린것을 두동강이 내서 가져가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진자 어미를 식별해 냈다는 「솔로몬」왕의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욕심쟁이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에게 피 안 흘리고 살 베어가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친구 「안토니오」의 난경을 면케 하고, 법의 정의의 건재를 과시한 명 판관 「포셔」의 기지도 배울만하다. 법의 정의 앞에 일체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판관의 양심이나 꿋꿋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곧 해난심판이 있으리라 한다. 만일 「솔로몬」왕과 「포셔」가 이 해난심판을 맡았더라면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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