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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안 깼다"고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주】사리병 파손 사건을 수사중인 경주 경찰서는 사리병을 깬 장본인을 채벽암 주지로 단정, 12일 하오 l시 문화재 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국사 재무 하기상 승려를 증거 은닉·협박 등 혐의로 각각 구속하고 모조품을 산산 불국사 경비원 서병석 (38)씨를 수배했다.
경찰은 12일 하오 2시부터 2시간30분 동안 극락전에서 현장 검증을 했는데 문제의 사리병을 채 주지가 깼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현장 검증에서 채 주지는 동축사 박무송 승려가 초갑을 잘못 만지다 사리병을 깨뜨렸다고 말했으며 박 승려는 채 주지가 푸른 보자기에다 문제의 사리병과 목제·은제 사리병 등 3개를 싸서 갖고 가다가 칸막이 한 광목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깼다고 진술했다.
이때 목제 사리병도 쌀알만큼 이가 빠졌다는 것. 이날 현장 검증에서 채 주지는 박 승려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부처님 앞에서 그 무슨 거짓이냐』고 삿대질을 하며 흥분하자 박 승려는 『염라대왕이 앞에서 보고 있다』고 응수하는 등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채 주지는 현장 검증을 마친 후 대웅전에서 고별 기도를 올리고 석가탑과 다보탑 앞에서 합장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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