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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용되는 경범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제단속을 하는 경찰이 경범죄처벌법을 남용해서 걸핏하면 무고한 시민을 즉심에 넘기고 있다.
연초에 반발하는 도난사건에 대비하여 벌인 도범 일제단속에서 경찰은 길 가던 시민들을 마구 잡아, 즉결에 넘기고 있다.
11일 밤 중부서는, 민중당 중구 당 사무소에서 기물을 도난 당한 것 등 도난사건이 빈발하자 4백여 경찰관을 동원 방범작전을 벌이고 용모나 복장이 이상하다는 등 이유로 경찰에 연행, 즉결에 넘겼다.
이날 경찰에 연행된 시민은 모두 2백32명으로
▲휘문고 1년 김기철(18), 서우인(18)군은 명동에서 복장이 학생답지 않다는 이유로 연행됐고 ▲조기현(27 ·답십리 420) 씨등 3명은 옷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한영고 1년 김선태(17)군과 함께 이상한 구두를 신었다고 해서 즉결에 넘겨졌다.
한편 서울 「청계천6가 파출소」 주변에는 행인들에게 물건사기를 강요하는 악덕 노점상인들이 들끓고 있으나 파출소에서는 이를 못 본 체 할 뿐만 아니라 피해신고를 한 시민을 오히려 즉심에 돌리고 있다.
지난 9일하오 4시쯤 동 파출소 옆 장갑노점에서 장갑 1켤레를 사려던 시골청년 김부돌(30·경기도 이천군)씨는 흥정을 하다 돈이 모자라 못 사겠다고 물러섰다가 주위에 늘어섰던 3. 4명의 노점상인들에 의해 폭행을 당했다. 김씨는 곧 파출소에 피해신고를 하고 이틀후인 11일 하오 그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파출소에 들렀으나 경찰관은 김씨를 오히려 「업무상 방해」라는 죄명으로 이 날밤의 경범죄 일제단속에 묶어 본서로 돌려버렸다는 것.
▲청계천6가 파출소 정소장의 말= 상인과 손님사이에 다루는 일은 보통이 아닌가. 피해자가 술 마시고 파출소에서 욕설을 했다. 상인은 연행했었으나 죄가 경미해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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