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 그건 우리 기업의 이념이자 목표입니다.”
기업의 목표를 이윤 추구가 아니라, 장학사업이라 말하는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화학공업 회사인 태경산업 등을 거느린 송원그룹 김영환(79) 회장 얘기다. 2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설립 30주년 기념행사에서도 김 회장은 그 철학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엔 오십 중반이 된 초창기 재단 장학생 출신 각계 인사들과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 등 20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김 회장의 축사는 인사말은 간단했다. “오늘이 내 생애 최고 보람 있는 날이다” “송원장학재단은 어려운 사람의 등불이다” 정도였다. 최관(55) 고려대 일문학과 교수 등 80년대 장학생들은 “그때도 회장님은 말씀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 큰 가르침을 주신 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월간중앙이 선정한 ‘2012 대한민국 CEO 리더십 대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경남 김해의 한 농부 집안에서 9남매 중 둘째아들로 태어난 김 회장은 서울대 상과대에 입학한 뒤 학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몇 달씩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때마다 친구들보다 공부 시간이 부족한 걸 안타까워했다. “나중에 돈을 벌어 어려운 학생들을 돕겠다”고 다짐한 계기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인 77년. 김 회장은 그 다짐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이 창업한 회사 직원 자녀들에게 대학 장학금을 주면서다. 덕분에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고 소속감이 높아졌다. 회사가 흑자를 내기 시작한 83년, 본격적인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지금까지 재단이 장학금을 준 사람은 573명. 지급액은 모두 64억원이다. 2010년 김 회장이 기금을 추가하면서 현재 장학생은 1인당 연간 1000만원의 등록금을 지원받고 있다.
최선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