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병 파손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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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주=최순복·최기화 기자】경주 석가탑 사리병 파손 사건을 수사 중인 경주 경찰서는 10일 밤과 11일 새벽 불국사 승방에서 불국사 주지 채벽암(43)씨를 심문한 끝에 사리병이 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한편 채 주지가 보관중인 깨어진 사리병의 파편을 압수했다. 그러나 채 주지는 사리병을 깨트린 사람은 자기가 아니고 울산 동축사 박무송 승려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박무송 승려와는 정반대의 말을 했다. 이로써 석가탑의 3번째 수난에 대한 수사는 거의 매듭을 지었다.
경찰은 문제의 사리병을 채주지가 깼는지? 그렇지 않으면 동축사 박무송 승려가 깼는지를 추궁 중이다.
경찰은 사리병 파손 사건을 둘러싸고 중견 승려들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면에 모종의 알력이 개재되어 있지 않나 보고 이점도 함께 캐고 있다.
경찰에 의하면 사리병을 깨뜨린 후 채 주지는 경비원 서영식씨를 시켜 약 6만원으로 모조품을 구입, 흰 병에다 짙은 녹색「페인트」를 칠했다는 것.
이와 같은 파손 사건 때문에 사리함의 봉안식이 당초 11월 20일에서 3일간이나 늦어져 23일에 거행됐다. 경찰은 모조품을 구입한 경비원 서씨를 수배하는 한편 이 사실을 폭로한 불국사 경내 사진사 최대록씨가 서울 모처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 수사중이다. 경찰은 문화재를 깨뜨린 것으로 알려진 박무송 승려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검토 중에 있으며 채 주지는 폐병으로 앓아 누워있다.

<통탄할 행실>
▲문화재위원 이홍직씨의 말=놀랍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수도하는 승려로서 탑 사리병을 깨뜨리고 어찌 숨길 수 있으며 고발된 뒤에도 어찌 극구 부인할 수 있었던가?
▲문화재 관리국측 말=사실이라면 긴급 문화재위원회를 소집, 대책을 세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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