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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노크한 시신의 경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빨갛게 달아오르는 「스토브」가에서 이 글을 쓴다. 가벼운 마음으로 연하장을 보내 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 앞에 단정한 인사말을 하고 싶다.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는 것은 흔한 유행 속에 낀 것 같은 불쾌감만 제외하면 그대로 하나의 깜찍한 기쁨일 수도 있다고 단정해 본다. 그리고 그것은 조금 지루하기조차 했던 나의 방을 「노크」하는 근래에 와서 내가 지나치게 미워했던 시신이 주는 경종이라고 생각한다.
한 여자를 사랑하듯 그렇게 진지하고 슬프게 시를 엮고 싶다. 착한 사람으로 인생을 살며 불면의 밤이 내게 주는 의미가 손끝이 아프도록 전해져 올 때 나는 다시 단아한 눈빛으로 시를 생각할 것이다. 모든 품목이 침잠하여 아득한 공간이 이어져 가는 세계로 나의 시재를 운반하는 수레의 형성을 그 속도를 알고싶다. 요즘 나는 나의 황량한 심상에 내려와 앉는 새의, 그 이름 모를 새의 날개짓 소리에 귀기울이며, 겨울의 언덕을 오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을 배우는 제자로서의 인사를 선생님께 차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거뜬해진다.
그리고 그 거뜬한 마음속에 도사린 글쓰는 사람의 오만과 배짱에 미소하며 설일을 기다리는 겨울의 행인이 된다.

<약력>▲1943년 충북제천 태생 ▲고대 영문과 3년 재학 ▲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화당선 ▲고대 신문사 편집국장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동 203의 64(16통 4반) 김규희씨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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