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서가] '잭월치를 움직인 세 개의 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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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1980년대 초 대기업병에 빠진 제너럴 일렉트릭(GE)을 구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던 잭 웰치(전 GE회장)는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중 문득 회사를 살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급한 김에 테이블 위에 있던 냅킨에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었다. 정확히 말하면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렸다. 그리곤 복잡하고 다기화된 GE의 각 사업영역을 세 개의 범주로 나누어 각각의 원 안에 써넣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그가 그토록 고심하던 회사의 개혁방향이 단순하고 명료한 모습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주력해서 살려야 할 부문과 버려야 할 부문이 냅킨 위에 그려진 세 개의 원 안팎으로 확연히 구분됐다. 잭 웰치는 나중에 "그림은 내 비전을 확산하고 실행하는 데 내가 가장 필요로 한 개념 설명 도구였다"라고 말한다.

'잭 웰치를 움직인 세 개의 원'의 저자 히사츠네 게이이치는 도해(圖解)를 기업경영과 커뮤니케이션에 응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일본 최고의 '도해 전문가'다. 저자는 성공한 지도자들의 탁월한 설득력과 문제 해결능력이 바로 도해를 이용한 사고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복잡한 문제와 다양한 해법들을 문장으로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이 과정에 많은 사람이 얽혀 있다면 사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자칫 논의 과정에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 당면한 문제와 여기에 개재된 요소들을 동그라미와 세모, 혹은 네모, 그리고 몇 개의 선과 화살표로 정리해 보면 어떨까. 저자는 이 간단한 작업을 통해 도해 사고의 위력이 발휘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도해 사고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도형을 그리면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단편적으로 흩어진 정보를 도형으로 재구성하다 보면 체계가 잡히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떠오른다. 둘째, 도형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마법의 전달수단이다.

아무리 복잡한 개념도 단순화한 도형으로 설명하면 의외로 쉽게 이해된다. 셋째, 도해는 전략적 판단에 유용하다. 눈앞에 펼쳐진 복잡한 사안을 도형으로 정리하면 흡사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문제의 전모가 파악된다. 핵심적인 요소와 그렇지 않은 부분이 구별되고,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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