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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메디슨 붕괴 원인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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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신화 1세대의 대표주자격인 메디슨의 최종 부도 소식은 가뜩이나 각종 게이트로 위축돼 있는 벤처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벤처연방제'를 내세우며 업계의 맏형 구실을 했던 메디슨의 몰락은 벤처업계에서 차지하는 메디슨의 상징성으로 봤을 때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 실패로 끝난 연방제 실험=1985년 초음파진단기 등 의료기기 전문 제조업체로 설립된 메디슨은 탄탄한 기술력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해왔다.

본업인 초음파진단기 사업에서 성공하자 메디슨은 사업다각화 및 투자확대를 통해 한 때 국내외 42개에 이르는 관련사의 지주회사로 성장해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박사 출신이며 메디슨 창업자인 이민화 전 회장(49)은 이같은 사업확장을 '벤처생태계 조성'으로 표현했다.

李전회장은 이같은 성공에 힘입어 초대 벤처기업협회장을 맡아 현재의 벤처 정책의 틀을 수립하는 데 깊숙이 간여하기도 했다.

메디슨은 99년 코스닥 열풍이 불어닥치자 투자했던 업체의 주가가 급등, 99년 매출액 2천1백22억원, 순익 5백23억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자리잡는 듯했다.

그러나 2000년 들어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수익은 순식간에 투자손실로 바뀌어 그해 매출액 2천74억원에 순손실 1천1백67억원, 유동부채 2천8억원을 기록하며 위기에 몰리게 됐다.

자금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 메디슨은 7월에는 오스트리아 소재 자회사인 크레츠테크닉의 보유지분 전량(약 8백18만주, 65.4%)을 1억유로(약 1천1백억원)를 받고 미국 GE사에 넘김으로써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그러나 자회사 매각대금의 실질 유입규모가 해외 현지법인 채권채무 상계로 대폭 줄어든 데다 자금유입 이후에도 관계사의 영업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곤란을 겪어왔다. 지난해 투자유가증권을 매각하고 대치동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금마련에 고심했으나 결국 위기를 넘기는 데엔 실패하고 말았다.

◇ 직접 피해는 크지 않지만=하나은행에 따르면 메디슨의 차입금은 3천82억원이다. 은행권의 경우 하나 2백81억원, 국민 1백58억원,조흥 1백38억원, 외환 1백68억원, 한미 50억원이고, 2금융권의 경우 국민금고 14억원, 제이원금고 15억원이다.

메디슨 기업어음은 4백94억원, 회사채는 1천4백82억원에 달한다. 올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내는 은행의 경우 이 정도의 손실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메디슨이 벤처업계의 상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메디슨의 부도가 벤처업계에 미칠 영향은 작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각종 게이트로 얼룩진 벤처의 이미지가 또 한번 훼손되면서 벤처업계로 가는 돈이 더 말라버릴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메디슨의 부도를 계기로 또 다른 '게이트'가 불거질 것이라는 풍문마저 돌고 있는 상황이다.

KTB 권오용 상무는 "요즘 벤처 비리 파문이 한창인데 그 가운데 1세대 대표벤처가 부도난 것은 다른 벤처들에 만만찮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용위험 부실 판정과 부도 직전 대주주의 주식 처분 논란=지난해 말까지 대다수 은행과 금융감독원은 메디슨을 '정상' 기업으로 판정했다.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도 2000 회계연도 결산에 대해 '적정' 의견을 냈다.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시스템에 따라 일부 문제점이 포착돼 정밀분석 대상으로 분류했을 뿐 하이닉스반도체.현대건설처럼 금융시스템에 문제를 줄 수 있는 기업이 아니어서 특별히 신경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누군가의 책임을 거론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주주인 李전회장은 대표이사직 사퇴를 밝힌 직후인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2월 13일까지 메디슨 주식 55만여주를 14억6천5백여만원에 처분했다.

부도 직전에 대주주가 주식을 판 것이 회사에 돈을 대려고 한 것인지,내부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피하려 한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부도 가능성이 있다'는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면 증권거래법 위반 시비가 일 수 있다.

이현상.허귀식.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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