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5년간 320억 들여 500개 ‘창업 드라이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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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학 정몽구재단 이사장(앞줄 왼쪽 여섯째)이 이달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13 H-온드림 오디션’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지원 대상으로 최종 선발된 30개 팀 예비 창업자들과 함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바이맘’은 가로 2m, 세로 1.5m의 작은 텐트를 만드는 기업이다. ‘포그니’라는 이 텐트는 야외가 아닌 실내용 제품이다. 한겨울에도 냉골에서 지내는 소외계층들을 위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말에는 이 제품이 더 많은 소외계층의 몸과 마음을 데워줄 수 있게 됐다. 이달 20일 현대자동차그룹이 주최한 제2회 ‘H-온드림 오디션’에서 대상으로 뽑혀 든든한 지원금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김민욱 바이맘 대표는 “현대차의 지원에 힘입어 후배들에게 바람직한 창업 모델의 본보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창업과 육성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전통적 취업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해지고 ‘창업국가론’이 급부상하면서 창업에 힘을 보태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차는 2017년까지 320억원을 들여 500개 기업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일자리 창출 예상치는 2500개다. 지난해부터 현대차가 정몽구재단, 고용노동부와 공동 진행하고 있는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인 H-온드림 오디션이 첫손에 꼽힌다. 현대차는 예비 창업자 30개 팀을 뽑아 준비가 잘 갖춰진 15개 팀에는 각각 500만~3000만원을 즉시 지원해준다. 잠재력이 큰 인큐베이팅 대상으로 분류된 나머지 15개 팀은 각각 5000만~1억5000만원의 지원금과 1년간의 경영 노하우 전수 서비스를 받는다. 1회 오디션 선정 업체였던 베네핏의 조재호 대표는 “현대차가 금액 지원뿐 아니라 멘토링까지 해줘서 사업 초기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억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 기업은 올 들어 매출만 1억3000만원에 달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직원 수도 4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15개 인큐베이팅팀도 모두 창업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서초구청과 함께 운영하는 ‘서초창의허브’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매년 30개 창업팀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이 두 개 프로그램을 통해 총 750명의 고용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구입 여력이 없는 개인 및 시설에 차량과 500만원 상당의 창업지원금 등을 제공해 창업을 돕는 ‘기프트카’ 사업 지원 대상자도 30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난다. ‘안심생활’과 ‘자연찬 유통사업단’ 등 이른바 ‘소셜 프랜차이즈’를 확대하는 사업도 본격 시행한다. 현대차는 신규 가맹점에 가맹점 임대료, 마케팅 비용 등을 지원할 예정이며 이 사업을 통해 1250여 명이 일자리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병훈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장(이사)은 “양극화 해소와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기회의 확대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창업 지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잇따라 창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우수 기술 보유 중소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혁신기술기업협의회 4기 출범식을 가졌다. 뛰어난 기술 보유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운영돼 온 이 제도를 통해 총 47개 사가 5300억원 규모의 신규 매출을 창출했다. 제1기 협의회에 참여했던 24개 사는 협의회 참여 후 매출이 참여 전보다 41% 증가했다. 삼성SDS도 신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최고 3000만원의 상금과 사무 공간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주고 있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자본이 부족한 22개 벤처기업을 지원해 고용 인력을 15% 늘리는 성과를 올렸다. SK는 KAIST의 사회적기업가MBA 과정을 지원하면서 사회적기업 창업자들을 육성하고 있다.

박태희·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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