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메디슨 경영위기 어떻게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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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기업의 신화로 불렸던 메디슨이 경영위기를 맞게된 것은 지난 98-99년 극심했던 벤처거품의 후유증을 메디슨이 끝내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85년 설립된 메디슨은 한국기업의 미개척영역이었던 의료장비 시장에 과감히 진입해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초음파진단기 시장에서 견실한 성장을해왔다.

기술력과 영업력을 착실히 쌓아올리던 메디슨은 그러나 지난 98년 한국사회에몰아닥친 벤처 붐과 함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사업확장과 무리한 해외시장 진출에나서게 된다.

벤처열풍으로 메디슨과 투자기업들의 주가가 폭등, 97년말 776억이었던 자본총액이 99년 5천648억원까지 늘어날 정도로 투자이익이 급증한 것이 근거없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준 것이다.

국내에서는 벤처캐피털이 본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입금을 늘리며 메디다스,메디디안 ,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등 50여개 벤처에 800억원의 투자를 단행, '벤처연방'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또 해외에서는 과감한 세계시장 개척을 내걸고 미국, 일본, 중국, 남미, 유럽등에 판매법인을 세우고 공세적인 마케팅과 판매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2000년 들어 벤처거품이 꺼지고 투자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메디슨의공격경영은 그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취약한 브랜드력으로 무리하게 해외진출을 시도하다 보니 가격을 낮춰 판매할수밖에 없었고 고가인 의료장비의 특성상 할부판매가 많아 현금흐름도 그다지 좋지않았다.

국내에서는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투자기업의 주가가 폭락, 메디슨의 자본총계는2000년말 860억원으로 줄어들어버린 반면 부채총액은 3천600억원으로 늘어나 있었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메디슨은 한글과컴퓨터, 비트컴퓨터 등의 지분을 매각한데 이어 3차원 초음파진단기 기술의 산실인 오스트리아 자회사 크레츠테크닉을지난해 GE에 매각했다.

크레츠테크닉 매각대금 1억유로(한화 1천100억-1천200억원)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할 것 같았던 메디슨은 그러나 매각대금마저 기대만큼 들어오지 않으면서 어려움에 빠지고 말았다.

크레츠테크닉의 부채 및 재고자산을 상계하고 추가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쌓자실제 유입대금은 650억원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28일 메디슨에 대한 신용등급을 두단계 하향조정한 한국신용정보의 김재범 실장은 "메디슨의 실패는 결국 견실한 벤처기업이 버블에 빠져 무리하게 확장경영에 나서끼 때문"이라며 "견실하게 한우물을 파는 기술벤처의 길을 메디슨이 걸었더라면이런 일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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