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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의 반격, 태권도 위협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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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홍문종(左), 조정원(右)

2020년 올림픽 핵심 종목(Core Sports) 선정 과정에서 희비가 갈린 레슬링과 태권도가 다시 한 번 ‘엇갈린 운명’으로 빠져들고 있다. 올림픽 퇴출 위기를 맞은 레슬링이 똘똘 뭉쳐 부활을 노리는 반면 한숨 돌린 태권도는 내부 분열로 휘청이고 있다.

 레슬링은 국제레슬링협회(FILA)를 중심으로 올림픽 종목 재진입을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네나드 라로비치 FILA 회장 직무대행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 레슬링의 개혁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라로비치 직무대행은 레슬링복의 개선에서부터 경기 규칙의 대대적인 손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개선책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노력의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스포츠계 일각에서는 “올 5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정식 종목으로 복귀한다. 이미 IOC 집행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19일 열린 김태환 대한태권도협회장의 취임식에 참석한 김운용(82) 전 IOC 부위원장도 “레슬링이 조만간 올림픽 무대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이를 확인했다.

 레슬링의 올림픽 종목 재진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태권도의 지위가 다시금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레슬링이 부활할 경우 기존의 퇴출 후보 5종목(태권도·근대5종·필드하키·배드민턴·카누) 중 하나를 다시 떨어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태권도가 중요한 순간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IOC와의 대화 창구인 세계태권도연맹(WTF)이 7월 총재 선거를 앞두고 벌써 시끄럽다. 2004년 이후 WTF를 이끌어 온 조정원(66) 총재가 재출마를 준비 중인 가운데 홍문종(58) 새누리당 의원이 최근 출마 의사를 밝혀 ‘한국인 간 집안싸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태권도인들은 “정치인이 전 세계 204개국 태권도협회의 수장직에 도전한 것에 대해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태권도인은 “태권도계 내부에 세력기반이 전혀 없는 홍 의원이 조 총재에 대해 고의적으로 흠집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홍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태권도에 대한 스포츠계의 인식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고 우려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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