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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신임 야구협회장이 풀어야할 과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월 17일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대한민국 아마야구의 수장(首將)인 대한야구협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된 이내흔 현대통신산업회장이 23일 오후 5시 신라호텔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이내흔 회장은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추천한 인물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프로와의 관계가 긴밀한 인물이라 프로야구와 아마야구의 통합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야구계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내흔 회장은 지난 1996년 현대 유니콘스의 구단주 대행으로서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하여 창단작업에 관여하는 등 이미 비록 프로이긴 하지만 야구계에 몸담은 적이 있어 행정력도 갖춰져 있다는 평이다.

이내흔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취임의 기쁨보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앞선다고 했듯이 현재 그가 풀어야 할 현안(懸案)들이 산적(山積)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바로 아마야구의 부흥(復興)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아마야구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아마야구의 행정은 부실할 수 밖에 없다. 일례로 초등학교를 제외한 학원(學園)야구팀 만 보더라도 대학교가 26개, 고등학교가 56개 그리고 중학교가 86개 등 모두 168개가 있으며, 또한 이들이 자웅을 겨루는 대회 수가 30 여 개가 있다.

반면, 이들을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 사무국 직원은 사무국장, 경기 운영부장, 기록담당 과장, 국제담당 과장, 경리, 서무 등 모두 합쳐야 고작 6명 안팎이다. 당연히 과중한 업무일 수 밖에 없으며 후한 봉급을 줘도 모자랄 판에 박봉에 시달리고 있으니 애당초 정상적인 업무를 기대하는 것은 도둑의 심보와 다름이 없다. 여기에 자의던 타의던 누군가 한 명만 공백이 생겨도 해당 업무는 물론이고 다른 업무까지 마비될 지경이다.

따라서 넉넉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재정만 갖춰지면 인원이 충당되어 최소한 상기(上記)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逆)피라미드식의 구조도 개편되어야 한다. 현재 현장에서 일하는 6명의 실무자들의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상임집행위원회의 이사진은 회장, 부회장 2명을 제외하고도 전무, 총무, 기획, 경기, 심판, 기술, 섭외 이사 등 무려 7명이나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산너머 산이라고 최고 의결기관으로 대의원 총회가 있다. 3명의 중앙 대의원을 제외하고도 16개 시ㆍ도 지부 그리고 리틀, 해외 지부까지 총 19명으로 구성된 대의원 총회는 대한체육회 산하의 다른 체육단체들과는 달리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실무자들에게 많은 간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니 실무자들의 책임있는 행정은 말할 필요도 없고 신속하고도 일관성있는 행정이 요원(遙遠)하다.

그러므로 신임 이내흔 회장을 중심으로 대한야구협회는 상임집행위원회 위주에서 사무국 중심으로 개편하고 대의원 총회를 원래의 순수 최고 의결기관으로만 돌려 놓는 등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신종학 프로야구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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