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경의 중국기업인열전 ⑪] “사람이 전부다” 성다네트워크 천톈차오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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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다(盛大)는 성실한 사람, 이해를 잘하는 사람,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 등 세 부류의 직원만 필요하다. 이중 성실한 사람을 가장 최우선을 삼는다.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리에 배정한다.” 32세에 중국 갑부 반열에 오른 중국 게임업계의 대표주자 성다네트워크 천톈차오(陳天橋?40) 회장의 말이다.

성다네트워크는 중국 굴지의 게임업체이다. 성다를 성장가도로 오르게 한 게임은 ‘촨치(傳奇)’였다. 사실 촨치는 한국기업인 Wemade의 중국시장 개척용 ‘미르의 전설’이었다. Wemade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성다와 합작을 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촨치를 소개했다. 당시 미르의 전설은 한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그러나 천회장은 중국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중국 전역에 있는 학부모들의 원성을 살 정도로 촨치는 국민 게임이 됐다. 당시 중독성이 강한 게임에 대해 사회적 논란이 거세지기도 했다.

특히 천톈차오는 당시 중국 내 유행하기 시작한 PC방에 주목했다. 성다가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고 PC방에게 특정 ID와 비밀번호를 부여한다. PC방은 은행카드 계좌이체 방식으로 촨치의 포인트를 도매가로 구매한다. 그리고 고객이 게임에 필요한 포인트 충전 시 포인트를 소매가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천회장은 전국의 PC방을 중심으로 게임 유통라인을 구축했다.

그는 변화의 속도가 빠른 IT업종에서 대표 게임기업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인재등용과 관리 덕분이다. 게임업 특성상 사람이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초기 단계에는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 힘들 때 가장 좋은 해결책도 결국 사람이다.

2004년 천회장은 중국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탕쥔(唐駿)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다. 탕쥔이 성다로의 이직은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2005년 소니중국의 부총재를 역임한바 있는 장옌메이(張艶梅)를 인사 본부장으로 영입하면서 다시 한번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성다를 잘 아는 사람들은 성다를 IT업체라기 보다 사관학교라고 말한다. 그만큼 사내 규범이 엄격하다. 직장 내 예절부터 매너까지도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2007년에는 중국 최초로 게임식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들이 자신의 임무를 완성하면 특정 아이템을 획득하는 것이다. 게임회사다운 인사 관리다.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도 있다. 천회장은 직원들이 자신의 급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허용한다. 또한 직원들과 수익의 20%를 공유한다. 중국 기업인 가운데 상당히 드문 예다. 신입사원이라도 사업계획을 주의 깊게 경청한다.

중국 게임시장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온라인과 더불어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예측 불가능한 모방경쟁이 더 치열하다. 반면 인터넷만 있으면 동시접속자수가 급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다. 게임을 크게 히트시킨 회사라 하더라도 자칫하면 도태될 수 있지만 전혀 주목 받지 못했던 회사라도 단숨에 메이저 게임회사로의 도약이 가능하다.

☞신보경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 푸단(復旦)대학에서 국제경제를 전공했으며, 현재 중국 경제 및 기업을 연구하고 있다. shinbo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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