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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뜻있는 「크리스마스」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도 벌써 다 저물어간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그리고 이제 일곱장 밖에 안남은 「캘린더」 에 다사다난했던 올해 한해동안의 온갖 감회가 서리고 있는것 갈은 느낌을 갖는 것은 역시 어수선한 세월에 가져보는 일반의 감정일것이다.
이례적으로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어 생활고에 지친 서민들 에게는 그것만도 큰 다행이라 하겠으나, 올해에는 「크리스마스」 를 「조용히 뜻있게 가족과 함께 보내자」는 운동이 사회일각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 어느 계층에서나 비교적 자숙의 빛이 역력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성숙의 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 동학하여야할 일일줄 믿는다.
「크리스마스」가 인류의 구세주요, 사랑의 사도인「예수·그리스도」의 탄신을 축하하는 기독교도의 축제일임은 모를 사람이 없다. 그러던 이날이 이제 비기독교도까지를 포함한 만인의 축제일로 화한 느낌이 있는 것은 결고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다. 서구문명의 압도적인 영향력이 확립된 19세기 이후, 그리고 그 중에도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 있어서는 해방후 구세주처럼 이땅에 조촐한 미군장병과 미국문화 전체의 압도적 영향하에서 화려한 「크리스머스」의 축제기분과 여기에 따르는 조촐한 선물교환등 과히 낯설지 않은 풍습이 이 겨레의 구매를 돋우게 한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어떤 사회가 이질문화에 접했을 경우 그들로부터 먼저받아들이는 것은 그 이질문화의 우호이기보다는 오히려 그 외형적인 표면인 각종 문화관습 내지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가 우리 겨레에게 있어서도 함께 공감을 느낄수 있는 축제일이 된데에는 그밖에도 여러가지 현대적 이유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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