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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엔론 전부회장 자살 의회는 백악관 제소 검토

중앙일보

입력

미국 최대의 에너지 거래기업인 엔론사 파산으로 불거진 정경유착 의혹이 딕 체니 부통령으로 쏠리면서 사태의 불똥이 백악관으로 옮겨 붙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엔론사의 2인자였던 존 클리퍼드 백스터(43)전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 백악관 상대로 소송도 불사=미 의회의 회계감사원(GAO)은 백악관이 다음주까지 에너지 정책 입안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GAO가 백악관을 고소할 경우 엔론사태는 사상 초유의 입법부와 행정부간 법정공방 사태로 번질 전망이다.

GAO는 체니 부통령이 주관하는 에너지 특별대책반이 지난해 5월 마련한 에너지 정책으로 엔론이 특혜를 받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정책은 알래스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보존'에서 '개발'로 역행시켰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달 초 백악관은 특별대책반 관계자들이 당시 엔론측과 여섯차례 접촉했다고 시인했는 데 그 중엔 케네스 레이 전 엔론사 회장도 포함돼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특별대책반이 만든 최종 보고서에 인도에서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조항이 삽입돼 엔론이 특혜를 봤다고 전했다.

◇ 국민도 의혹의 눈초리=부시 행정부가 엔론사태에 대한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이 미국인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이 CBS방송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엔론사 간부들과 공화당이 유착관계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이 연루됐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해 엔론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올 가을 중간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 부회장 돌연 자살=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이 25일 오전 2시20분(현지시간)쯤 텍사스주 슈거랜드의 자택 인근에 세워진 자신의 벤츠승용차 안에서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채 발견됐다.

슈거랜드 경찰은 "순찰을 돌던 경찰관이 차 안에서 백스터의 시신과 38구경 권총을 발견했다"며 "그가 살해됐다는 분명한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휴스턴 크로니클지는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차 안에서 엔론사 파산과 관련한 유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김준술 기자,외신종합

*** 백스터 전 부회장은

숨진 존 클리퍼드 백스터 전 부회장은 엔론사의 파산 경위에 대한 미 의회.증권거래위원회 등의 조사 과정에서 핵심적인 증언을 할 인물로 꼽혀 왔다.

그런 만큼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몰고 올 의혹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대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그는 한 때 공군 장교로 복무한 뒤 투자은행가로 일하다 1991년 엔론에 입사했다. 이후 그는 대형 프로젝트와 기획 업무를 전담하는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초고속 승진했다.

백스터는 그동안 회사의 부실회계 관행에 수차례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원 조사관들이 최근 발견한 엔론사의 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백스터는 지난해 여름 제프리 스킬링 전 대표이사 등에게 엔론이 LJM 등 역외 투자회사들을 이용해 분식회계를 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백스터는 엔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7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사직했다.

한편 엔론사 주주들은 지난해 12월 백스터와 28명의 전.현직 간부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각으로 부당한 이익을 올렸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김준술 기자 jso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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