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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궁중 암투가 휘몰아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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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에서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팜므 파탈 연기에 도전하는 김현주. 빼어난 외모로 인조를 사로잡은 후궁 소용 조씨를 맡았다. [사진 JTBC]

주말 안방극장에 핏빛 광풍이 불어온다. 23일 오후 8시45분 첫 방송되는 JTBC 새 주말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이다. 우리 시대 대가족의 일상을 다루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김수현 작가의 ‘무자식 상팔자’ 후속작이다.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조선 인조시대를 배경으로 해 궁중여인들의 암투와 권력욕, 갈등을 그린 팩션사극이다. JTBC 개국 드라마였던 ‘인수대비’의 정하연 작가와 노종찬 PD가 다시 손을 잡았다. 다시 한번 궁중사극의 돌풍을 노린다. 빼어난 미모와 교태로 인조(이덕화)를 사로잡은 후궁 소용 조씨(김현주)가 궁궐의 실권을 장악해 소현세자(정성운)의 개혁정치를 무산시키며 피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얘기다. 소용 조씨는 소현세자빈 강씨(송선미)와도 필생의 라이벌이 된다.

 19일 시사회에서 제1회가 공개됐다. 드라마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병자호란에서 패한 인조가 청에게 굴욕적인 항복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찧으며 피를 흘리는 역사적인 ‘삼배구고두례(三拜九敲頭禮)’ 장면이 재현됐다. 훗날 소용 조씨가 되는 얌전이는 어머니(정선경)를 위협하는 청의 군사를 엉겁결에 칼로 찌르며 숨겨진 대담함을 발휘한다. 청나라 군사들의 무자비한 양민학살, 인조가 도원수 김자점(정성모)을 피투성이가 되도록 매질하는 장면, 조정 중신들이 서로 얼굴에 침을 뱉으며 맞서는 등 갈등과 표현 수위가 높은 편이다.

 ‘궁중잔혹사’라는 제목에 맞게 화면은 붉은 톤이 지배한다. 노종찬PD는 “인물의 갈등을 색깔의 충돌로 보여주는 등 미술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또 “왕의 잠자리, 후궁들간의 관계 등 기존 궁중사극들이 보여줬던 것보다 더 내밀하고 은밀한 공간까지 깊숙하게 보여줄 생각”이라고 했다.

19일 오후 진행된 JTBC 주말 사극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시사회에 참석한 김현주·이덕화·송선미(왼쪽부터).

 김현주는 평소의 착한 이미지를 벗고 처음으로 팜므파탈·악녀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평소 이미지 때문에 사실은 포기했던 캐릭터였는데 기회가 주어져 기쁘다. 소용 조씨는 큰 가시가 달린 장미꽃 같은 역할로, 연기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 같다. 못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못된 연기를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25살 연상인 이덕화, 극중 첫사랑 남혁(전태수)과의 짙은 애정 장면도 선보인다. “생각보다 과감한 표현, 노출수위가 높아 은근히 걱정”이라며 “말과 춤으로 왕을 유혹하는 장면을 위해 한국무용을 배웠다. 노출보다 왕실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묘사에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이덕화는 “인조는 혁명세력에 밀려 왕이 돼 자기생각이나 철학 없이 혁명세력의 꼭두각시가 됐던 왕”이라며 “극중 대사처럼 자격 없는 왕이지만 그처럼 왕 같지 않은 왕, TV에서 한번도 본 적 없는 왕을 연기하는 게 오히려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어 “삼전도에서 항복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정말 굴욕감이 들었다”면서도 “최근작 중 가장 나이 어린 파트너들과 연기하니 기분 좋다”며 웃었다.

 소현세자빈 강씨 역의 송선미는 사극이 처음이다. 스스로 “백합 같은 캐릭터”라고 평하는 그는 단아한 연기로 합격점을 받았다. 소용 조씨를 뒤에서 조정하는, 조선 3대 간신 중 하나인 김자점 역의 정성모는 “지금껏 내가 맡았던 모든 악역의 총합체 같은 인물”이라며 “야비하지만 시대를 꿰뚫어보는 능력을 갖췄기에 연기하기엔 맛있는 캐릭터”라고 했다. 제작진은 1회 뒷부분 영상에서 드라마 제작 중 사고로 사망한 두 명의 스태프를 추모하기도 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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