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키」의 「프라이버시」|고소 당한 고료 65만불짜리 저서 「대통령의 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재클린」여사가 10시간동안 털어놓은 세기적 수수께끼 「케네디」의 죽음과 이에 얽힌 얘기가 과연 햇빛을 볼 것인가?「케네디」암살사건에 종지부를 찍은 「워린」보고서에 대한 논쟁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재클린」여사자신이 16일 「대통령의 죽음」이란 책의 출판을 금지해달라고 「뉴요크」재판소에 정식고소를 제기함으로써 또다시 전세계의 이목은 이 미망인에게 집중됐다. 수십 종의 책과 숱한 화제와 논쟁을 남긴 「케네디」의 죽음에 대한 얘기가 마침내 법정투쟁으로 번지게 된 것이다. 문제의 책 「대통령의 죽음」은 기자출신인 「윌리엄·맨치스터」씨가 집필하여 내년 4월 「허퍼·앤드·로」출판사가 단행본(30만자)으로 발간하고 또 「루크」잡지가 내년 1월10일부터 4회에 걸쳐 독점적으로 발췌 연재케 되어있다. 얘기는「케네디」암살당시로 거슬려 올라간다. 집필자 「맨치스터」는 당시 백악관공보비서 「샐린저」를 통해 「로버트·케네디」에게 소개되고 64년3월 억측과 소문이 꼬리를 물고 퍼지는 남편의 죽음을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던 「재클린」여사와 「보브·케네디」는 정확한 역사적 증언을 의해 자진하여 「맨치스터」와 문제의 이 책을 쓰도록 계약을 했다.
계약조건은 출판되기 전 사전검열, 특정인물을 공개하지 않을 것, 「케네디」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을 것 등이었으며 이에 동의한 저자는 당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던 「재클린」여사와 장장10시간에 걸친 녹음「인터뷰」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엮었다. 그녀는 그때 「맨치스터」가 마치 정신병의사이기나 한 듯이 그녀의 뼈에 사무치는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은 사실을 이제 와서 몹시 후회하고있으나 때는 늦은 것.
원고를 사전 검열한 4명 외 「케네디」가 대표들은 펄쩍 뛰었다. 문제된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케네디」가와 「존슨」대통령간의 미묘한 감정대립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당시 「존슨」부통령은 자동적인 대통령취임을 대통령전용기에서 몇 명만 참석한 가운데 「케네디」사후 불과 98분만에 해치움으로써 「재클린」의 기분을 상하게 했으며 그의 「케네디」가의 「존슨」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폭로한 사실이 많다는 것.
또한 「뉴요크·타임즈」지는 이 책에 『「존슨」대통령과 「케네디」일가는 고인의 장지를 「매사추세츠」고향이냐 「알링턴」국립묘지냐로 의견충돌을 빚어낸』내용이 있으며 「존슨」대통령이 『우유부단하고 무력한 인간』으로 묘사되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재클린」여사는 그 보다도 시동생 「보브·케네디」상원의원의 정치생명에 어떤 역효과를 나타내지 않을까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그녀는 법원에 낸 구신서에서 계약위반, 「프라이버시」 침해, 책 선전에 그녀의 이름도용, 「센세이셔널리즘」과 상업성을 노린 저자의 태도 등을 지적하고 출판금지를 호소하고 있으나 「하퍼·앤드·로」부사장 「토머스」씨는 저자가 「케네디」가의 요청으로 문제된 부분을 수정했으며 그 때문에 출판이 한 달이나 늦었다고 불평을 털어놓는가 하면 전 「유엔」대표를 지낸 이 출판사변호사 「그린바움」씨는 22일 법원에 답변서를 내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버팀으로써 사태는 더욱 복잡하게 발전됐다.
한편 무려 65만불의 고료를 지불하고 연재판권을 독점한 「루크」지 「카울즈」편집장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케네디」가에서 검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가 하면 저자 「맨치스터」는 성명서를 통해『책을 쓰도록 부탁한 것도, 「인터뷰」를 요청한 것도 「재클린」여사였으며 사전에 원고를 보자 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케네디」가의 한 측근은 그녀는 출판사측의 변호사로부터 법정투쟁을 떠나서 타협제의를 해오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재클린」여사는 27일부터 벌어지는 재판 때문인지 「아이다호」주 「선·벨리」에서 지낼 「크리스머스」휴가도 취소한판이니 이 사건은 66년 최대의 화제로 장식될 것이다. <서병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