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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기자 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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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매스·데모크라시」의 실현을>
지난 17일 박 대통령은 그의 취임 3주년을 맞아 장시간의 기자회견을 하고, 민정 3년에 대한 업적을 평가하고 정부나 국가가 당면한 여러 가지 문제에 관해 소신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와 같은 견해표명은 그 동안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왔는데 대통령으로서 이를 어떻게 보고있는가. 그리고 현재와 같은 내외여건 하에서 정부가 어떻게 움직여 나갈 것인가를 밝힌 것으로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표명한 견해를 보면, 정권의 담당자로서, 또 앞으로도 차기정권을 담당하겠다는 여당의 영수로서 우리사회의 현재 및 장래에 대해 너무 낙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느낌이 짙으나, 그 태도표명이 솔직 담백한 점은 호감이 가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바 민정 3년간의 업적평가를 토대로 대통령의 기자회견내용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밝힌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한국의 정당정치나 정치풍토에 대한 대통령의 담화는 반드시 문제의 핵심을 찌른 것 같지 않다. 민정재개 이내 한국의 의회정치는 그 내외로부터 강력한 해체도전을 받아 왔었는데 그것이 위기에 부닥치면 정당도 의회도 소재불명이 되고 행정부가 군사력을 동원하여 그런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이런 강권정치수법은 표면상 정권 및 정국안정을 가져오는데 성공하였지만, 그러한 안정은 민주적인 설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무단적인 강압에 의해서 이루어진 까닭으로 해서 그 기초가 반드시 공고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여기 한국 정치가 근본적으로 반성해야 할 점이 있는데 정부는 국민의 불평불만노출을 겁내고 이를 탄압하는데 주력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불평불만 중 정당한 것이 합법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길을 널리 열어주고 성의껏 이를 제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리고 여당도 야당도 대중사회의 저변을 멀리 떠나있다는 점을 절실히 인식하고 대중 속에 파고 들어가, 대중의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그들의 신선한 「아이디어」를 흡수하고 이를 권력적 집행에 옮기는데 주력해야만 한다.
정권투쟁이 소수 야심가나 직업정치인들 간의 권력투쟁으로 변질 타락하여 버린 데 우리사회 「매스·데모크라시」의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것이니 앞으로 여당도 야당도 「권력투쟁은 존재하되 국민은 부재한다」는 사고방식을 청산하는데 각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대통령은 공명선거의 구현을 역설하였는데 우리는 다음 번 총선이 누구를 정권담당자로 선출하느냐 보다 대중적 사대를 상실한 우리의 대의정치를 다시 대중사회의 기반에 밀착시키는데 더 중요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이익을 기준으로 한 외교>
둘째로 외교나 통일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견해 가운데도 만족할만한 것도 있고 미흡한 것도 있다. 통일문제에 관련한 대외정책에 관해서 「두개의 한국논」 「공산식통일논」을 엄중 배격하고 통일논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논의되어야하지만 『한계를 넘는 통한론도 고의가 아닌 때는 정부가 신경과민적인 태도를 삼가야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정부가 원칙론을 어디까지나 고수하겠다는 확고부동한 소신을 밝힌 면에 있어서 환영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한·일 협정체결에 관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 국교재개 1년간의 업적에 관해서 좀더 구체적인 평가가 없었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정권이 외교면에서 남긴 최대의 성과는 국론이 심히 분열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일국교타결을 강행해 버린 것인데 국교재개 후 1년간의 양국관계를 보면 일본측이 조약의 미비를 악용하고, 혹은 조약을 성실히 준수할 생각이 없어 불미스러운 행동을 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한·일관계를 잘했던가 못했던가는 주로 앞으로의 양국관계의 진전을 보고서 평해야하는데 우리는 대일경각심을 그냥 견지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월남전의 전망을 낙관한 것은 그 근거에 있어서 납득이 가지만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어있는 증파 여부에 관해서 소신을 해명치 않은 것은 미흡한 느낌이 짙다.

<생산과 분배간의 균형>
한편. 경제문제에 대하여 대통령은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95%달성되었으며, 중농정책이 실패했다는 견해는 피상적 관찰이고, 민주주의를 육성하는 관건은 중산층의 육성이란 점에서 중산층 육성을 위한 조세정책, 주식대중화정책을 서두르고 있어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근거 없는 비난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통령의 견해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경제가 이렇게 낙관만을 할 수 있을 이만큼 건전하고 착실하게 발전되고 있느냐 하는 점에 상도할 때 그렇다고만 수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생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제1차 5개년 계획의 달성율이 95%라는 것도 보는 각도에 따라서 달라지리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 동안 통계현실화 등 이른바 통계적 성장 때문에 실지성장률이 계획을 초과하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고 있지만 각도를 달리하여 자본형성율이나 사업체별 완공율로 본다면 제1차계획이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과대한 외자도입으로 경제적 안정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어 앞날의 성장에 저지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되며 수출신장도 벽에 부딪쳤다는 인상이 짙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과거 3년간 농가소득은 6%씩 성장했으나, 도시소득은 3·5%씩 성장했다고 보았으나 이는 두 가지 점에서 모순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하나는 농가소득성장률 6%와 도시소득증가율 3·5%가 사실이라면 GNP성장률은 5%이하라고 생각되는데 이는 계산착오인 것 같다.
다음으로 비록 농업생산이 6%씩 성장했다하더라도 이는 물량생산증가율이지 결코 농가소득증가율이 아니라는 사실을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농가소득은 농산물가격이 상대적으로 저위에 있기 때문에 최근 수년간 증가하지 못했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라 하겠다. 따라서 농업정책이 생산중심으로는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것이나 소득정책면에서는 실패했다는 것이 오히려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견해이다.
끝으로 부익부빈익빈을 조장한다는 비판에 대하여 대통령은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단계로서는 사회정책을 우선시킬 수는 없는 실정이 아니겠는가 하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대통령의 견해는 원칙적으로는 일응 수긍해야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분배정책이 탄력성을 잃는다면 사회적 불안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균형된 성장에도 지장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계속 으르는 물가에 반하여 상대적으로 묶여있는 임금수준 때문에 분배정책을 자칫 잘못 운영하면 저소득층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줄로 생각되는 것이다.
요컨대 지난날의 업적을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지난날의 결함을 합리적으로 보완시켜 장래의 경제적 번형을 합리적이고도 공평하게 이룩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음을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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